매일신문

대구동부경찰서 의경 7명, 백혈병 환자에 혈소판 제공

대구 동부경찰서 방범순찰대에 근무하는 의무경찰 김태욱 일경(23)은 요즘 '좋은 몸'을 만들기 위해 바짝 신경쓰고 있다.

"행여 감기라도 걸릴까 조심을 하고, 술.담배 끊기는 물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김 일경뿐 아니라 동료인 남경묵 상경과 박상현 이경 등 6명도 같은 생활을 한다.

이들이 몸 관리에 나선 이유는 요즘 유행하는 '몸짱'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입원해 있는 김영희(38)씨에게 건강한 혈소판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것. 이들은 지난 1월부터 헌혈에 나서 두달째 매주 한차례씩 김씨가 입원해 있는 파티마 병원을 찾고 있다.

"이들이 나눠주는 '피' 덕에 남편의 생명이 살아나고 있다"는 아내 정혜진(26.여.대구 동구 동내동)씨는 "일반 헌혈과는 달리 혈소판만을 뽑아내기 때문에 헌혈하는데 1시간 30분씩이나 걸리는데도 싫은 기색 한번 하지 않고, 돌아가는 길에는 '다시 불러달라'는 인사를 빠뜨리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김씨는 화물차 운전을 하다 지난해 9월 백혈병 판정을 받고 파티마 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나 생계를 책임졌던 남편이 앓아눕고, 병원비 마련을 위해 화물차마저 팔아버린 정씨에게 남은 것은 '가난'밖에 없었다.

기초생활수급권자로 등록돼 받는 보조금으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다행히 복지재단 등의 도움을 받아 골수이식 수술은 무사히 마쳤지만 1회에 25만원이나 되는 혈소판 수혈 비용이 정씨에게는 넘기 힘든 벽이었다.

정씨는 "가족은 물론 친지들의 피까지 뽑아 수혈 비용을 대신했지만 거의 매일 한차례씩 수혈해야 하는 남편의 상태 때문에 결국 동부경찰서까지 찾게 됐다"며 "전화 한통에 흔쾌히 부탁을 들어줘 오히려 깜짝 놀랐다"고 했다.

동부서 방범순찰대 이무근 경감은 "정씨의 딱한 사정을 듣고 이들이 선뜻 나섰다"면서 "추가로 5명이 헌혈을 지원, 이들중 혈소판이 동일한 것으로 나타난 2명도 동참키로 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아무런 인연도 없는 의경들이 헌혈을 마치고 돌아나설 때마다 감사하고, 그러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교차한다"며 "남편이 회복되면 그간 받은 사랑을 되돌려 주며 평생을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한윤조 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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