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속적인 언어는 사람살이의 깊은 '속내'를 터득하도록 도와주고, 감정의 밑바닥을 자극해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켜 주기도 한다.
우리는 문학작품에서 그런 예를 많이 보아왔다.
김영랑과 서정주는 전라도 사투리로, 박목월과 박재삼은 경상도 사투리로, 김광협과 문충성은 제주도의 사투리로 시를 써서 향토적인 정서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독특하게 부각시킨 시인들이다.
사투리를 찬란한 시적 자산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낳기까지 했다.
소설가 이문구는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대화뿐 아니라 지문에도 충청도 사투리를 써서 토속적인 정서를 극대화시킨 경우다.
▲이 같이 사투리는 표준말의 반대 개념에서가 아니라 한정된 표준어의 어휘와 용례를 보완하고 풍요롭게 해주는 '언어의 보물창고'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우리말은 다 아름답듯이 사투리는 고유 정서나 역사를 담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는 시각의 바탕도 거기에 있다.
그러나 교통.통신의 발달 등으로 사투리가 사라지고 있어 우리의 삶이 그만큼 좁은 세계로 오므라드는 감이 없지 않다.
▲표준어 중심 정책에 밀렸던 지역어(사투리)도 앞으로는 '문화유산'으로 대접받게 될 모양이다.
문화관광부는 최근 사투리를 통해 표준어를 풍성히 하고, 국어의 다양한 발전을 꾀하며,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등 어문정책을 '질서 있는 다원주의'로 선회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방화.분권화 시대에 부응하려는 시도로, 사상 처음 사투리를 어문정책에 포함시키게 된 셈이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시행에 들어갈 이 정책은 사실 늦은 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문화의 근간'이면서도 멸시의 대상이 되거나 천대 받아온 사투리의 위상을 복권시키고, 보존.유지함으로써 문화의 다양성과 개성을 살린다는 건 반길 일이다.
사투리 폄하는 '국가주의.중앙집권적 체제의 산물'이며 '지역어의 토양 위에 표준어를 살리는 게 기본이 돼야 한다'는 대구가톨릭대 김수업 총장(국어학자)의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커진다.
▲우리는 표준어를 너무 강조해온 나머지 모든 걸 그 틀에 맞춰 거북스런 언어생활을 해온 건 아닐는지.... 그런 강요를 끊임없이 받아오다 보니 사고와 정감을 절묘하게 표현하는 역할을 했던 사투리들이 설자리를 잃어버려 삶의 질이 더욱 단순화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선거 때마다 조장되는 지역감정도 사투리 때문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없는 건 아니나 사투리를 어떤 의도로, 어떻게 쓰느냐가 문제일 뿐이지 않을까. 아무튼 사투리들이 찬밥신세를 벗으면서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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