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움트는 대지를 느껴보고 싶은데 기름값 부담이 만만치 않다.
요즘은 어딜 가든 온통 유료주차장 뿐이어서 주차 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
고속도로 통행료도 지갑을 털어가는 얄미운 존재.
'경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경사모)'은 이같은 고민에서 해방된 사람들이다.
주말과 휴일이면 어김없이 차량을 이용, 나들이를 즐기지만 회원들의 지갑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못 가는 곳 없다
200여명의 회원들이 가입해있는 경사모는 2주일에 1번씩은 나들이를 갖는다.
행선지는 다양하다.
대구 근교인 냉천, 그리고 팔공산에서부터 경산, 안동, 포항, 청도, 청송 등.
팔공산 등 오르막길 오르는데 무리가 없느냐는 질문에 경사모 회원들은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못 가는데가 없다는 것이다.
800cc 경차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오르막길을 올라가는데 힘이 부치는 것은 사실. 회원들은 그래도 멈추는 차가 나온 적은 없다고 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튜닝을 통해 출력을 높인 회원들도 있다.
경사모 회원들은 주제를 정하고 나들이를 가는데 여태까지 회원들 소유의 경차가 '주제 나들이'를 가로막은 적은 없다.
최근엔 조류독감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앙계농가 및 닭 요리전문점을 위해 '안동찜닭'을 먹으러 안동에 다녀왔지만 고속도로, 안동 외곽의 비탈길 등 거리끼는 것이 없었다.
지난 1999년 모임이 꾸려진 이래 매년 수학능력 시험일엔 수험생 수송 봉사 차량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다급한 수험생을 태우고 요리조리 쌩쌩 달려 목적지까지 태워주는데는 경차만큼 날렵한 차량이 없다.
매년 장애인의 날엔 경사모 회원들의 차량은 장애인 전용차가 된다.
장애인들을 태우고 시골길을 무리지어 달려도 속도감, 승차감 등에서 크게 떨어지는 것이 없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고속도로에서는 17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회원들은 전했다
손덕만(29) 회장은 "경차라고 하면 시내 주행이나 하는 차라고 생각하지만 외곽지의 길을 달려도 전혀 무리가 없다"며 "경차의 성능을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타보면 다르다"고 했다.
◇주머니가 두둑
경차의 첫째 장점은 연비다.
경사모 회원들은 수동 차량 기준으로 4만원어치 기름을 넣으면 시내주행의 경우, 500km 가까이 달릴 수 있고, 고속도로는 600km 안팎까지 뛸 수 있다고 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면 통행료 절반을 깎아주고 공영주차장도 마찬가지. 비좁은 주차장도 차폭이 좁아 '쏙' 들어갈 수 있다.
차량 최초 구입시 세금 우대 혜택이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
경사모 회원 진상우(33)씨는 "못 가는데 없고 싸게 다닐 수 있어 경차는 돈 버는 차"라며 "가족들을 태워도 별 무리가 없다"고 했다.
진씨와 함께 모임에 참여하는 부인 정태자(30)씨도 "남편이 경차를 타는데 전혀 반대할 것이 없다"며 "좁은데 가는데 무리가 없어 시내 주행에서 경차는 더욱 진가를 발휘하며 앞으로도 계속 경차를 타고 싶다"고 했다.
경사모 회원의 70% 이상이 GM대우의 마티즈를 갖고 있다.
연비도 중요하지만 경차를 타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20대(경사모 회원들 대다수도 20대)인만큼 디자인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방승진(29) 회원은 "티코, 아토즈, 비스토 등이 있지만 경차 중에서는 역시 마티즈가 최고 인기"라며 "'예쁜차'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회원들은 경차의 단점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감시자 역할도 하고 있다.
조금만 개선하면 경차의 인기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사모는 실제 특정 차종의 냉각수 계통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 리콜을 이뤄내기도 했다고 회원들은 말했다.
◇차안은 어때요
경사모 정용태(24) 부회장의 마티즈를 들여다보면 '이 차 한번 타보고 싶다'는 느낌이 든다.
빨간색으로 곳곳에 치장을 하고 '경차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희귀한 부품을 곳곳에 부착해놨다.
정 부회장의 차 꾸미기 신조는 돈을 적게 들여야한다는 것. 경차를 타면서 돈을 많이 투자, 차를 꾸민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예기다
그의 차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변속기다.
빨간색 변속기 손잡이는 매끈매끈해 파리가 미끄러질 정도. 어디서 구했냐는 물음에 그는 "당구공"이라고 답했다.
운전대도 바꿨고 계기판도 경주용차처럼 시각적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교체했다.
차량 오디오도 CD를 들을 수 있도록 바꿨고 앰프 출력도 높였다.
오디오를 틀면 '쿵짝쿵짝' 요란해진다.
문짝에다 전구를 박아 놔 밤이면 차량 내부가 '번쩍번쩍'한다.
톡톡 튄다는 느낌이 절로 든다.
차량 내부 구조 변경 아이디어는 인터넷을 통해 얻고 회원들간의 대화에서도 재미있는 제안을 획득한다.
정 부회장은 "회원들 사이에서 제일 인기 있는 것은 오디오 꾸미기"라며 "동호회에 가입하면 돈을 들이지 않고 전문가 회원의 도움만 빌면 쉽게 차를 꾸밀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차도 도장 등 모든 꾸미기를 직접 했다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사진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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