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깨동무''...홍반장' 코믹영화 2편 나란히 개봉

충무로에는 이런 속설이 있다.

'예고편이 50만이다'. 오는 12일 나란히 개봉되는 두 편의 한국영화도 독특한 예고편으로 벌써부터 영화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벌써부터 예비전쟁을 벌이고 있는 영화는 '어깨동무'(조진규 감독)와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강석범 감독).

예고편 전쟁은 '어깨동무'가 선전포고를 했다.

유동근-이성진 콤비를 앞세워 '홍콩 느와르'를 연상하는 수법으로 주목받은 것. 이에 뒤질세라 '…홍반장'은 TV외화 시리즈인 'X파일'을 패러디해 극장 안을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하지만 지난해 본편보다 예고편이 더 낳았다는 혹평을 받았던 한 영화처럼 관객들은 어느 영화에서 배신감을 덜 받을까.

◇가수 이성진, 배우 선언

지난 2001년 추석에 개봉해 520만 명의 관객몰이를 한 '조폭 마누라'를 기억하는가. 하지만 특이하게도 이 영화는 공동제작자인 서세원과 배우 신은경의 이름만 회자됐을 뿐 정작 감독을 기억하는 이는 드물었다.

12일 스크린에 걸리는 코미디물 '어깨동무'는 '조폭…'에서 메가폰을 잡았던 조진규 감독의 색채를 확연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전작처럼 지저분한 장면과 욕설이 자주 등장하는 나머지 다소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하지만 웃음의 맥은 정확히 짚어낸다.

관객을 웃기는 코드만큼은 제대로 알고 있는 감독의 연출력과 '가문의 영광'의 작가가 가세한 덕분이 아닐까.

영화는 대기업 회장의 부탁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하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를 잃어버린 태식(유동근) 일당이 그 테이프를 우연한 기회에 얻게 된 동무(이성진)를 납치하면서 생기는 해프닝을 그렸다.

내용만 본다면 영화는 참신한 코미디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감독이 전작의 흔적들을 많이 빌려왔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어깨동무'는 한 우물만 파면서 어색함을 지워낸다.

시종일관 대사와 배우로 웃음의 승부수를 던지는 것. 중간중간 등장하는 카메오들과 뜻밖의 대사들은 관객들의 배꼽을 쥐었다 놓았다 하기에 충분하다.

가수에서 연기자로 변신을 시도한 이성진의 가능성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영화의 수확.

◇제목이 너무 헉헉…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아마도 이 영화가 개봉되면 제작진은 영화관 매표소에서 긴 제목을 다 대면서 표를 사는 관객들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밥이라도 사줘야 하지 않을까.

일본 만화영화 '짱가'를 연상시키는 긴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그러나 요절복통식 코미디를 선사하는 '어깨동무'와는 웃음의 코드가 다르다.

젊은 남녀간에 벌어지는 일상 속의 작고 세세한 유머들을 콕콕 집어내어 스크린에 옮겨 놓은 것. 조폭류 코미디물이나 무조건 뒤집어지자는 식의 상황극에 익숙한 국내 관객들도 잔잔하면서도 산뜻하게 웃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그래도 코믹물이라는 생각에 한바탕 폭소를 기대하는 관객들에게는 아쉬운 영화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알게 된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잔잔한 미소와 웃음이 한순간의 폭소보다 훨씬 강렬하고 여운이 짙게 남는다는 것을….

특히 영화 '싱글즈'에 함께 출연했던 김주혁, 엄정화가 또 다른 만남으로 전작보다 더 무르익은 연기호흡을 보여준다.

거기에다 감칠맛 나는 대사가 함께 곁들여지면서 '…홍반장'은 절묘한 조합을 이뤄낸 느낌이다.

영화관에서 조금이라도 더 버티기 위해 대부분의 영화들이 '오버'를 일삼는 요즘, 신인감독답게 신선하고 명랑한 소재로 관객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반가운 영화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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