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올해는 웃길래요" '목포는 항구다' 조재현(39)

최근 1천만 관객시대를 맞은 국내 영화계에 따끔한 일침을 놓은 성격파 배우 조재현(39)을 1일 만났다.

국내 영화의 배급 구조와 영화 평론 현실에 대해 지적한 그는 여전히 격앙된 모습이었다.

"지금 한 영화가 국내 스크린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런 경우는 없지요. 다양한 영화가 공존해야만 한국영화계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 그는 영화 평론에 대해서도 서운함을 드러냈다.

"감독이나 배우에게 상처가 되는 평이나 기사는 가슴에 오래 남지요. '태극기 휘날리며'가 한정식이라면 '목포는 항구다'는 옛날 자장면으로 가끔 먹기에는 정말 맛있는 음식입니다.

국내 평론가들이 영화의 다양성을 인정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던 차에 지난달 국내 평단에서 홀대를 받던 김기덕 감독이 영화 '사마리아'로 베를린영화제에서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고 했다.

"얼마 전 '목포는 항구다'가 일본 유바리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을 때 한 심사위원의 말이 생각나더군요. '신인인 김지훈 감독에게서 단점보다는 장점을 더 많이 보았다'는 말을 듣고 눈물이 났어요. 장점보다 단점만을 찾는 국내 평론가들과는 분명 다르구나 하면서요".

배우 조재현은 장난꾸러기 같은 면을 풍기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성격파 배우로 대접받기도 한다.

국내 영화계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이례적으로 현역 배우가 정면에서 비판할 수 있었던 용기도 거기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그동안 브라운관에서는 대중적인 코믹스런 역할을 주로 하고, 스크린에서는 정반대로 비일상적이면서도 독특한 카리스마를 풍기는 역할을 맡았던 그가 이번엔 변심(?)을 했다.

무겁고 진지한 영화만을 해온 그가 2004년엔 잇따른 코믹 영화 두 편으로 나타났기 때문.

그 중의 하나인 영화 '목포는…'으로 갑작스런 변신을 한 이유에 대해 질문을 던져봤다.

"대중과 좀 더 가깝고 친숙해지고 싶었습니다.

조재현이라는 배우에 대해 한가지로만 한정지어 생각하는 것도 싫었지요".

조재현은 쉬지 않고 일을 한다.

사실 그가 다작을 하는 이유는 인간 관계 때문이다.

김기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10편의 영화 중 조재현은 무려 5편에서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맡은 이유이기도 하다.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에서 얼마전 김기덕 감독의 내뱉은 말이 문득 떠올랐다.

"이창동 장관이 만들면 사회를 보는 시선이고, 김기덕이 만들면 자기가 하는 짓이라는 편견이 있다". 어느덧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이 인기배우가 바라는 영화계의 풍토는 언제쯤 이뤄질까.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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