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캠퍼스의 봄

캠퍼스에도 봄이 왔다.

산수유가 노란 꽃망울을 터트린 캠퍼스 사잇길로 새내기들의 호기심 어린 눈길과 희망찬 발길이 분주해지면서 겨우내 썰렁하던 대학가가 활기를 되찾았다.

3월은 어김없이 또 찾아왔고, 캠퍼스는 새로운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새내기들의 화사한 표정 이면에는 취업난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음을 숨길 수가 없다.

활기찬 캠퍼스 한 모퉁이에는 생존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대학의 위기감이 도사리고 있다.

수시모집으로 연중 입시가 지속되고, 분할모집으로 복수합격한 수험생들이 이 대학 저 대학을 전전하는 웃기는(?) 입시제도를 통해 입학한 학생들이 상아탑을 어떻게 바라볼까. 정원 채우기에 급급해 학생들을 신주 모시듯 하는 현실에서 신입생들에게 각인된 교수의 이미지는 어떠할까. 캠퍼스의 봄은 '봄이 와도 봄같지 않은'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인가.

4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도 취업이 불투명한 현실. 살아남기 위해 특성화와 구조조정의 산고를 견뎌내야 하는 위기의 대학. 그러나 되돌아보면 어느 시대이건 어렵지 않았던 때가 있었을까.

참혹한 전쟁의 포화 속이나 쿠데타와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대학은 학문적 명맥을 이어왔고, 광주민주화운동과 6월항쟁의 격동기에도 캠퍼스의 주인공들은 지성인의 면모를 잃지 않았다.

IMF 구제금융체제 이후 오늘에 이르는 대학 현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어느때이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해답은 스스로가 가지고 있었다.

'하루 종일 봄을 찾아도 봄은 안보여/ 짚신이 다 닳도록 온 산을 헤매었네/ 봄 찾는 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오니/ 뜰 앞 매화꽃이 한창인 것을…'. 어느 선사가 남긴 시구(詩句)이다.

새내기들을 향한 대학 총장들의 얘기도 귀담아 들어보자. 경북대 김달웅 총장은 "인생행로에서 가장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대학생활 동안 훌륭한 스승과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들어라"고 권한다.

계명대 신일희 총장은 "먼저 큰 꿈을 가지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철저하게 설계하고 준비하는 대학생활을 하라"고 당부했다.

신 총장은 또 일생을 좌우할 이 시기를 가장 값지게 보낼 것을 일깨우고 있다.

洛花有意隨流水(낙화유의수유수) 流水無意送落花(유수무의송낙화). 꽃은 뜻이 있어 물길 따라 흘러가지만, 유수는 무심히 꽃을 흘려 보낼 뿐이니, 시간의 소중함과 세월의 무상함을 갈파하는 일침일 것이다.

한국외국어대 총장과 주중대사를 지냈으며 정계에도 몸을 담았던 황병태 대구한의대 총장은 "경박한 유행성 지식에 휩쓸리지 말고 깊이있는 독서를 많이 할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국제화 시대에 부응하기 위한 영어.중국어 등 외국어 공부가 필수라고 덧붙였다.

학생 개인도 그렇고 대학도 그렇다.

오늘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명암이 달라질 것이다.

올 봄 캠퍼스의 새 주인공이 된 신입생들은 희망의 꽃망울을 스스로 터트려 나가야 될 것 같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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