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호박죽 어떻게 만들어?'
답 글은 아주 간단하다.
'언제 올래?'
다시 날아 온 문자. '빨리 불러 줘'.
'지금 와라'.
친구나 후배들의 호박죽 어떻게 만드느냐는 말은 먹고 싶으니 끓여달라는 의미이다.
누가 만든들 별 맛이랴만은 그네들은 우리 집에 와서 먹는 호박죽이 유난히 맛있단다.
만들어 달라 말을 하기에는 눈치가 보이는 지 서로 의논이나 한 듯 어떻게 만드느냐고 물어오고 나는 그 때마다 그네들을 위해 호박죽을 끓이고 그네들과의 수다를 곁들여 참 맛있는 호박죽을 먹곤 한다.
호박죽을 먹을 때마다 끓이는 방법을 이야기해 주었고 메모까지 해주었건만 그네들은 언제나 어떻게 끓이느냐고 물으니 그 뜻을 헤아려야 하는 것은 눈치 빠른 내 몫인 것이다.
잔머리 굴리기의 대가(?)답게 늙은 호박 대신 가게에서 금방 구할 수 있고 값싼 단 호박으로 주재료를 바꾸었고, 껍질 간단하게 벗기기에서부터 모든 것을 아주 간단하고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낸 덕에 금방 달려오는 친구들에게도 따끈한 죽 그릇을 내 놓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죽 속에서 새알 대신 건져먹는 고구마가 별미란다.
단 호박 하나로 끓인 죽의 양도 만만치 않아 집을 나서는 친구의 손에 친구의 가족을 위한 호박죽이 담긴 그릇을 들려 보낼 수 있으니 친구를 배웅하는 내 마음은 마냥 훈훈하기만 하다.
단 호박에는 비타민 C가 풍부하고 카로틴이 들어 있어 호박죽은 소화기능을 도와 위궤양, 십이지궤양에 효과가 있다니 아이들에게도 연로하신 어른들께도 참으로 좋은 음식이라 할 수 있겠다.
봄이 시작되는 3월에 누군가에게 마음을 담은 선물을 하고 싶다면 단 호박죽이 최고라 권하고 싶다.
'단 호박'이라는 이름처럼 달콤한 마음이 담긴 선물이니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칼럼니스트.경북여정보고 교사 rhea84@hanmail.net
◇재료=
단 호박 1개, 찹쌀가루 1컵, 팥, 밤 15개, 고구마 큰 것 1개, 호두, 잣, 물, 설탕 또는 꿀, 소금
◇만들기=
①단 호박을 깨끗이 씻어 압력 밥솥(또는 냄비)에 찐 뒤 식기 전에 껍질을 벗기고 씨를 제거한다.
찔 때 사용한 물을 버리지 말고 그 물에 단 호박을 으깬다.
날 것은 껍질 제거가 힘들지만 찐 상태에서는 아주 쉽게 껍질이 벗겨진다.
②팥 역시 압력 밥솥에 삶으면 하루 전에 불려두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생략할 수 있다.
③밤은 껍질을 깐 뒤 두 조각 정도로 자르고 고구마도 껍질을 벗긴 후 밤 크기와 비슷하게 자른 뒤, 전자렌지에 살짝 익힌다.
밤과 고구마가 잘 익지 않기 때문에 오래 끓이다 보면 자칫 죽이 눋게 될 수도 있고 호박죽은 너무 오래 끓이지 않는 것이 좋기 때문에 전자렌지를 이용해 익혀서 넣는 것이 좋다.
④찹쌀가루는 물에 풀어 둔다.
⑤냄비에 호박 으깬 것에 물을 넣고 끓이다가 끓기 시작하면 ③의 밤과 고구마, 호두를 넣고 끓인다.
⑥다시 끓기 시작하면 중불에서 찹쌀가루 갠 것을 서서히 넣으면서 주걱으로 저어가며 끓인다.
⑦팥을 넣은 후 죽이 다 끓으면 소금, 설탕(꿀)으로 간을 하고 잣 몇 개를 얹어 그릇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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