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골프장은 대부분 산과 닿아 있거나 산중에 자리잡고 있다.
골프장의 산신령님은 무엇을 하며 소일하실까?. 워터헤저드에서 인어공주와 노닐다가 골퍼가 빠뜨린 공에 머리를 맞고서는 물위로 쨘~ 올라와서 "어떤 녀석이 내일을 방해하는고"라며 호통을 치실까, 아니면 "금공이 네 공이냐, 은공이 네 공이냐, 너는 정직하니까 모두 다 가져라"고 하실까.
골프장의 신령님은 골퍼의 소원을 처리하느라 꽤나 골치가 아플 성 싶다.
"공이 똑바로 멀리 날아가게 해 주세요". 나는 티샷을 하기전에 산신령님께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쏘았다.
신령님은 공사가 다망하신 중에도 내 소원을 들어주셨다.
공은 똑바로 멀리 날아갔다.
그런데 OB가 났다.
"얘, 슬라이스 홀이라고 캐디가 알려주었잖아, 니가 계곡쪽으로 정렬을 했어".
문제는 내가 방향을 잘못 잡았던 것이다.
나는 투덜거리며 분실구 처리하고 제3타를 쳤다.
"영명하신 신령님, 제게 '버디(Birdie)'를 주옵소서… ". 2m 버디퍼팅을 남겨놓고 과부인 친구가 엎드려 큰 절을 했다.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
강남가려던 제비, 논에서 벼이삭을 쪼던 참새, 둥지를 짓던 딱따구리 등 주변에 있던 새란 새는 모두 친구에게 날아왔다.
신령님이 버디를 날아다니는 새로 착각한 것이다.
"친구야, 기도란 말이지 나 혼자만 잘 되겠다고 빌어서는 안돼".
친구의 어깨에 얹혀있는 새의 배설물을 닦아주며 내가 타일렀다.
친구는 반성한 듯 다시 기도를 했다.
"다음 홀은 우리 모두에게 '파(Par)'룰 주옵소서". 친구의 기도는 적중(?)했다.
골프장 옆은 파밭이었는데 파를 캐던 아줌마들이 파를 한단씩 주며 자기 동네 파를 선전 좀 해 달라고 했다.
신령님은 파를 먹는 파로 알았다.
내가 말릴 새도 없이 친구는 또다시 기도를 했다.
"신령님, 전 싱글이 되고 싶어요". 아시다시피 싱글은 '싱글핸디캡 골퍼'의 약칭이다.
신령님은 오래전부터 과부 친구의 기도를 혼자 사는 사람으로 남게 해달라는 것으로 오해했다.
이런 탓에 나는 티 그라운드에 서면 어휘를 심사숙고해서 선택하는 버릇이 생겼다.
"존경하는 신령님 간절히 비나이다
제가 티샷하는 공이 북부서 방향으로 250m만 날아가서 흠집없는 잔디위에 사뿐히 앉게 해주세요".
김영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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