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지역신문발전지원법 의미와 과제

16대 국회 막바지에 이르러 드디어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이 제정되었다.

그간 이 법의 제정을 위하여 오랫동안 공동으로 애써온 지역언론개혁연대 소속의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바른지역언론연대, 전국언론노조, 지방분권국민운동, 지역언론학연합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언론정보학회 등 시민단체, 학계, 언론계의 노력이 지난 3월 2일 그 결실을 맺은 것이다.

건강한 지역신문을 만들기 위해 언론개혁의 차원에서 제도적 장치를 희망했던 대다수 지역 신문사들은 이로써 그동안 지역신문이 안고 있는 난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하나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고 할 수 있다.

비록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지역신문의 현실을 공감하고 지역신문의 개혁과 진흥이라는 근본취지를 인식하여 그동안 법안 발의에서부터 공청회, 상임위, 법사위를 거치며 법 제정에 뜻을 같이한 국회의원들의 초당적 협조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위축된 지역신문의 현실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활로모색의 논의는 사실 오래 전부터 지속되어왔다.

지난 수십년간 부단히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그러한 논의는 그때마다 특별한 대안 없이 용두사미로 끝나버리곤 했다.

그 결과 지역언론은 관언유착이라는 고질적인 병폐와 지역 저널리즘의 질적 저하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갈수록 비대해진 중앙의 소수 대형신문들은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지역으로까지 시장확장의 공세를 늦추지 않음으로써 지역 신문들이 겪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심화되어왔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번에 통과된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은 그간의 두루뭉실한 탁상공론을 접고 지역신문의 활로와 미래를 위한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추진의지를 담은 실천적 법이라는 데에 그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지역신문의 부실을 최소화시킨다는 것은 곧 지역 공동체의 저널리즘을 건전하게 활성화시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더 나아가 국가 전체적으로 고른 말길(言論)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가균형발전의 효과로 연계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이 제정되었다고는 하지만 단시일에 지역의 신문현실이 크게 달라지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우선 모법의 근본취지에 기초한 시행령을 마련하는 중요한 일이 남아있는데, 그 안에 모법의 근본정신이 얼마나 충실히 그리고 실질적으로 반영되는가가 향후 중요한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그동안 여러 차례의 법안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법안 본래의 근본 입법취지가 최종 통과된 법과 어긋나는 부분도 없지 않다.

그 대표적인 경우로 예컨대 언론개혁의 구현의지와 정신이 많이 퇴보했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구성문제도 애초에 지역언론개혁연대가 구상했던 방안에서 벗어나 상당히 관료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시행령에서 특히 고려해야할 점은 위원의 위촉과정에서 지역신문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갖추었는지를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또한 그 어떤 경우라도 위원이 당파성이나 정치적 영향력에 휘둘리지 않도록 철저히 통제할 수 있도록 지침이나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신문의 위기극복과 개선노력의 주체는 지역신문 스스로이다.

그간 부실한 평판을 듣고 있는 신문사들은 이번 입법을 계기로 자연적 퇴출이냐 아니면 혁신인가 하는 기로에서 진지한 고민과 함께 향후 나아가야 할 지침을 세우고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지원의 제도화가 법적으로 마련됐다고 해서 모든 신문에게 다 지원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자정과 혁신이 있는 곳에 지원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반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신문사는 자연스럽게 상대적 불이익을 받게되어 신문시장으로부터 자동퇴출될 수도 있다.

지역신문의 거듭남은 지역신문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지역민들도 지역신문에 대한 관심을 좀더 가짐으로 해서 그 신문들이 지역에서 건전하게 자리잡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질책과 애정을 갖고 대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언론관련 시민단체나 각종 직능단체들도 지역신문들이 경쟁력을 갖추면서 건전한 신문들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

건강한 지역신문 시대를 희망해 본다.

최경진 대구가톨릭대교수.언론학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