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단속, 방범순찰, 무엇이 우선일까'.
경찰이 안전 교통문화 정착을 내세워 교통법규 위반에 대해 지속적이고도 강력한 단속에 나서자 이에 따른 운전자와 경찰관의 불만도 잇따르고 있다.
운전자들은 무리한 단속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방범 순찰'이 최우선 업무인 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은 '스티커 할당량'을 채우느라 순찰 업무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
대구에서 지난 1월부터 두달 동안 발부된 교통 위반 스티커는 무려 11만 4천여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만9천여건보다 무려 190%나 늘었다.
또 지구대가 심야에 골목길 음주단속에 나서면서 음주 단속건수도 5천485건으로 지난해의 3천79건에 비해 78%가 증가했다.
이는 대구경찰청이 1월부터 교통 스티커와 음주단속 건수를 산하 경찰서와 지구대에 할당한 뒤 매일 그래프를 그리며 실적 경쟁을 독려하고 있기 때문.
사정이 이렇다보니 운전자들의 항의가 잇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택시 기사인 현모(45.대구 동구 방촌동)씨는 지난 2일 새벽 1시쯤 대구 수성구 황금네거리 부근 골목길에서 나와 대로변으로 우회전을 하다 '신호 위반을 했다'며 경찰관에게 붙잡혔다.
횡단보도의 파란불이 채 꺼지기 전에 진입했다는 것. 황씨는 "골목길에서 나와 우회전을 하면 시야 확보도 제대로 안될 뿐더러 파란불이 거의 꺼진 순간에 진입했다"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도 없는 새벽 1시에 이를 이유로 단속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으냐며 승객도 10여분간 항변했지만 결국 6만원짜리 스티커를 끊겼다"고 말했다.
김모(43.대구 북구 동호동)씨도 지난달 22일 오후 8시쯤 북구 동천동 교차로에서 황색불에 진입했다가 신호위반, 운전면허증 미소지 등으로 한자리에서 한꺼번에 3장의 교통스티커를 발부받았다.
현재 김씨는 "너무 황당하고 억울하다"며 법원에 정식 재판을 청구한 상태다.
또다른 문제는 지구대 경찰관들이 교통 단속에 내몰리다보니 치안 업무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것.
대구 동부경찰서의 지구대에 근무하는 김모(43) 경사는 "하루에 교통스티커 4, 5장과 음주스티커 2, 3건이 할당되고, 그래프로 그려진 '영업실적'이 아침마다 팩시밀리로 날아온다"며 "할당량을 채우려다 보면 주택가 순찰업무는 사실 엄두도 못낸다"고 했다.
또 서부경찰서의 한 지구대장도 "실적을 높이기 위해 대부분 인력을 교통 단속에 투입하고 있지만 실적이 낮다고 연일 질책을 당하고 있다"며 "결국 방범 순찰은 포기하고 무리한 단속에 나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안전교통문화 정착을 위해 적극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다"며 "단속 효과를 높이기 위해 매일 실적을 내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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