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병인 줄 알았는데...".
눈물로 밤잠을 못 이루고 있는 강진영(18.구암고3년)양은 요즘 엄마 눈치만 보고 있다.
미안해서다.
제 잘못은 아니지만 그래도 미안하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윌슨병'에 걸렸기 때문이다.
윌슨병은 간에 구리성분이 축적되면서 간이 굳어져 각종 합병증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질환.
강양은 "지난 설 명절 직전부터 소화도 혈액순환도 잘 안되고 다리가 붓는 등 몸이 좀 이상했지만 수면부족과 스트레스에 따른 고3병인 줄로만 알았다"며 "의원에서도 변비와 장염이라는 진단을 받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계속 학교에 다녔다"고 말했다.
그러다 지난달 17일 강양은 어머니 김화자(37)씨에게 피곤해서 학교에 못 가겠다고 이야기했고 의원에서 혈액.소변검사를 받은 결과, 윌슨병이 의심된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진단을 받게 됐다.
결국 영남대병원에서 윌슨병 판명을 받고 지난달 24일 새벽 급히 간이식 수술을 위해 서울 아산병원으로 옮겼다.
어머니 김씨는 "평소 말수가 적고 참을성이 많아 좀처럼 아프다는 소릴 안 하는데 이날 따라 유난히 아프다고 했다"며 "잘 해 준 것도 없고 고생만 시켰는데 그래도 묵묵히 열심히 공부하며 착하게 살았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강양은 치료비도 문제지만 적당한 간 기증자가 없어 하루하루 가슴을 태우고 있다.
가족, 친척 모두 검사를 받았지만 적합한 사람이 없었고 가장 기대했던 고종 사촌 언니마저 3일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현재로선 별 대책없이 약물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태다.
그러나 기증자가 생겨도 수술여부는 불투명하다.
수술을 받기 위해선 1억원을 병원에 먼저 예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회사에서 2천만원을 받고 임대아파트 전세보증금을 몽땅 빼도 5천만원.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근무하는 아버지 강원식(40)씨가 매일 잔업근무를 해도 한달에 받는 급여는 140만원. 이 돈으론 셋방을 구하고 여섯 식구 먹고 살기에도 빠듯하다.
강씨는 딸 아이가 수능시험이라도 칠 수 있도록 어떻게든 살리고 싶지만 막막하기만 하다.
어머니 김씨는 그렇게 아프면서도 엄마를 생각하는 딸만 보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했다.
"이식검사 결과는 어떤지, 이식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해 하면서도 묻지 않아요. 아파도 참고 울지도 않아요. 엄마가 가슴 아파할까봐. 그냥 눈치만 봐요. 그러다 혼자 있을 때 울고.... 서울 올라오면서 나지막이 한마디 하대요. '엄마, 나 살 수 있느냐'고. 서울가면 살 수 있느냐고".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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