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위원석-지역신문의 정체성과 차별화

매스 미디어, 특히 뉴스 미디어의 사회적 영향력을 뒷받침해주는 커뮤니케이션 이론 가운데 '의제 설정 이론'(agenda-setting theory)이라는 것이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어떤 뉴스 미디어가 중요하게 다른 이슈의 순서와 그 뉴스 미디어의 독자나 시청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슈의 순서 간에 높은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영향을 주는 방향을 규명하는 연구들이 아직도 진행 중에 있긴 하나, 일반적으로 뉴스 미디어의 의제 설정이 수용자들의 의제 설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듯 뉴스 미디어는 일반 수용자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것이 지니는 사회적, 문화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터넷을 근간으로 하는 전자매체가 주종을 이루는 정보사회가 도래함으로써 전통적인 활자매체 특히 종이신문의 위상이 예전만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은 지역으로 가면 더욱 심각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대도시에 하나 이상의 종이신문이 존립 불가능하다는 것은 매체 경제학의 정설로 되어 있다.

그러나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현 상황을 바라보면 역시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지역의 종이신문이 처한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3기 독자위원회 첫 회의에서 독자위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첫 번째 제안이 '지역신문으로서의 정체성' 재정립을 들었다.

여기서의 정체성은 이념적인 정체성과 중앙지들과의 차별화라는 두 가지 측면 모두를 말한다.

진보와 보수라는 스펙트럼 상에서 과연 매일신문이 어떠한 위치에서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설명할까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역신문이 가지고 있는 약점만을 생각하기 전에 지역신문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을 살려 중앙지가 해낼 수 없는 일들을 함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것이다.

이러한 뉴스 미디어들의 생존 경쟁전략을 찾아보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는 제1면을 컬러화하고 신문을 읽지 않는 젊은 층들을 끌어들이려 노력함으로써 '뉴욕 타임즈'(New York Times)와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미국의 뉴스 전문채널인 '폭스 뉴스'(Fox News) 또한 20년 가까이 케이블 뉴스를 독점해오다시피 한 CNN의 아성을 허물기 위해 화려한 그래픽을 도입하고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의 막간을 이용해 가수들을 출연시키는 등 파격적인 차별화 전략을 시도해 시청률 면에서 CNN을 누르고 미국 제1의 케이블 뉴스채널이 되었다.

물론 이런 말들이 그런 신문이나 채널은 그만한 힘이 있는 회사였으니까 하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역에 몸을 담고 있는 필자로서도 우리 지역 신문이 현재의 어려움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명실상부한 지역의 대표적인 권위지로서 다시 우뚝 설 수 있기를 기대하는 바람에서 이러한 '제품 차별화' 시도를 독려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침체되어가고 있는 우리 지역의 경제와 문화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세련미를 더해줌으로써 우리 대구가 국제적인 문화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매일신문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왜냐하면 글머리에서 말했듯이 뉴스 미디어는 그만한 영향력이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 공기로서 그렇게 해주어야 할 사회적 책임 또한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배현석 독자위원회 위원장,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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