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선시대 성리학자 여헌·장현광 선생 재조명

구미 인동 출신으로 조선의 성리학자 가운데 가장 풍부하고 깊이 있는 자연 지식인으로 평가받는 여헌(旅軒) 장현광(張顯光) 선생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3월 처음으로 구미지역을 중심으로 한 '여헌학 연구회'(회장 장태환)가 설립된 후 1년여 만에 여헌사상 학술발표회, 여헌문집 발간, 여헌선생 묘소 정화, 동락서원 보수 등 각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여헌선생 탄신 450주년으로 여헌학 연구회는 여러가지 뜻 깊은 기념 행사들을 준비하고 있다.

조선 주자학의 역사적 흐름을 되짚을 때 일반적으로 퇴계(退溪)와 율곡(栗谷)을 기준점으로 삼는다.

즉 퇴계와 율곡은 학맥과 이론 모두에서 조선 유학자들의 사상사적 위치를 평가하는 잣대가 되곤한다.

그러나 여헌 선생은 영남지방에서 태어나 학문을 갈고 닦아 지적 기반은 퇴계학파의 학문적 풍토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영남학파들의 일반적인 경향과는 달리 퇴계의 학설을 따르지 않은 점이 더욱 연구의 과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한국사상연구소가 '여헌 장형광 사상의 재조명'이란 주제로 학술대회를 가진데 이어 올들어서도 지난달 27일 대구 귀빈예식장에서 사단법인 여헌학 연구회의 심포지엄이 열리기도 했다.

'여헌 성리학 사상사적 재검토'란 논문을 낸 한양대 김용헌 교수는 "이(理)와 기(氣)의 관계를 날실(經)과 씨실(緯)의 관계로 이해하는 것은 그의 이기론이 갖는 두드러진 특징" 이라며 "이는 이와 기의 근본이 하나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이와 기의 분별을 주목하는 퇴계와는 일정한 거리가 있다"며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고려대 김문용 교수는 '여헌 장현광의 자연관'이란 논문에서 "여헌은 조선시대 성리학자 가운데 가장 풍부한 자연지식을 가졌던 학자"라고 평가하고 "천지만물을 포괄하는 원천으로 도를 상정하였으며 도를 통하여 이기의 통합성을 강조하고 공간과 시간이 결합된 우주의 개념과 일치시키고자 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유권종 교수는 "여헌의 예학은 아직까지 미 탐구 영역으로 남아 있다"며 "여헌의 이학, 도학, 심학과 관련되는 여러자료에서도 예학의 이념과 방법 및 그 실천의 세계와 긴밀한 관계를 지녔다"고 했다.

여연학연구회 장태환 회장은 "수많은 견해 중에 무엇이 여헌학의 가장 핵심적인 사상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전문학자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여헌 사상을 어떻게, 무엇을 계승해야 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제기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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