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디어활용교육/생각해보기-개인의 특성 조화 '심포니'완성

개학과 입학으로 학교가 활기를 띠고 있다.

새 교실, 새 선생님, 새 제자. 모두가 새로운 각오로 출발하는 때다.

바람직한 교육자상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우리의 교실은 어떻게 가꾸어나가야 할까.

'홀랜드 오퍼스'는 이 시기에 우리의 교육문제를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다.

제목의 '오퍼스'는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다.

'오퍼스(Opus)'는 주로 교향곡 같은 음악 작품을 지칭할 때 쓰는 용어. 영화 속에서는 홀랜드의 필생의 작품인 '아메리칸 심포니'를 뜻한다.

그러나 더 큰 뜻은 홀랜드가 이룬 교육적 업적이다.

교향곡의 악기처럼 각양각색의 제자들을 하나로 묶어 훌륭한 심포니로 일궈낸 홀랜드의 교육정신이다.

애초에 홀랜드는 사명감이나 기대 같은 것이 없었다.

4년만 돈을 벌어 교향곡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수업만 마치면 집으로 달려가 작곡에 매달린다.

음악 교과서를 읽어 내려가는 딱딱한 수업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 그에게 여교장 제이콥은 "교육자는 인생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교과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교육은 아니라는 말이다.

수업은 교육을 시작하는 계기일 뿐이다.

지식을 전달하는 것으로 교육을 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교향악의 지휘자가 모든 악기를 다룰 필요는 없다.

그러나 각 악기의 특성을 이해하고 조화롭게 결합시켜야 하는 책임은 있다.

그런 지휘자가 교육현장에서는 교사다.

교향곡을 작곡하는 홀랜드로서는 기본적인 인식마저 안돼 있는 것이다

이때부터 수업방식을 바꿔 학생들에게 접근한다.

학생들에게 친숙한 음악을 통해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들의 호응도 높아지면서 교육에 애착을 갖게 된다.

자신감을 잃은 랭을 위해서는 개인지도까지 하면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박자 감각이 전혀 없는 학생도 포기하지 않고 지도한 끝에 밴드부의 일원이 돼 자기 몫을 다하도록 변화시킨다.

훌륭한 교육자로서의 삶을 얘기하면서 등장시킨 인물이 아들 콜이다.

훌륭한 음악인으로 키우겠다는 기대는 콜이 청각장애아로 태어나면서 물거품이 된다.

1980년 비틀즈의 멤버 존 레논의 죽음을 전해주려다 그는 포기해버린다

제자와의 성공적인 교감과 달리 아들과는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여전히 그는 '반쪽짜리' 교사다.

학교와 가정, 사회에서 모범적인 '인생의 교사'가 아닌 것이다.

아들은 "아빠는 나보다 남을 더 생각한다구요!"라고 소리친다.

이 말에 충격을 받은 홀랜드는 빛으로 음악을 보여주는 오케스트라를 생각해 낸다.

그리고 연주회에서 비틀즈의 'Beautiful Boy'를 수화로 노래한다.

아들을 보며 '뷰티풀 뷰티풀 콜'이라고 노래하는 장면은 특히 가슴 뭉클하다.

사랑으로, 영혼으로 교육하는 참스승으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홀랜드 오퍼스'의 교육 환경은 우리의 실정과 많이 다르다.

아이들의 재능을 키워내기 위해 수업 후 집을 방문하는 것도 우리로서는 불가능하다.

예전에 있던 학기 초 가정방문도 부작용으로 폐지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교육정책이 선보인다.

효과적인 수업 방식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곤 한다.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논의만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교육의 핵심은 나침반과 같은 것이다.

지식만 습득하는 것이 아니다.

올바르게 살아가도록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이다.

홀랜드가 아들 콜을 위해 애쓰듯이 참스승의 역할은 교실 밖에서도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볼 때 '홀랜드 오퍼스'는 참 스승의 모습과 함께 지식 전수에만 집착하게 만드는 한국의 교육현실까지 투영돼 씁쓸함을 던져주기도 한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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