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환경> 생태관광이 멸종위기 동물 위협

대자연의 매력을 만끽하는 '생태관광(Ecotourism)'이 항공여행의 보편화와 함께

인기있는 여행상품이 됐지만 과학자들은 생태여행이 오히려 멸종위기 동물을 위협

하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이 4일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이 날짜 과학잡지 '뉴 사이언티스트'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생태여행

으로 남극의 펭귄이나 스코틀랜드의 돌고래, 호주의 들개 등 인간이 보호해야 할 멸

종위기 동물들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까지만 해도 동.식물 생태계는 멸종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

큼 무한한 자원으로 여겨졌고, 항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오지(

奧地)에 발을 들여놓기가 어려웠다고 과학자들은 지적했다.

그러나 항공수단의 발전으로 비행기 요금이 떨어지고, 텔레비전이 생기면서 머

나먼 지역의 야생생물들이 소개돼 사람들은 5세만 넘어도 외래 희귀종을 알게 되고

그것들을 직접 찾아가 볼 수 있게 됐다고 과학자들은 설명했다.

이로 인해 생태관광 여행객들의 의류와 차량에서 떨어진 흙과 먼지, 하수들이

야생생물들을 감염시킬 수 있는 병원균을 옮길 수 있게 됐다고 과학자들은 지적했다.

일례로 아프리카 동부에 서식하는 고릴라들은 여행객이 드나들면서 장(腸)에 기

생충이 생겼다. 보츠와나의 몽구스는 인간의 결핵을 얻게 됐으며 특히, 칼라하리 사

막의 모든 몽구스가 이로 인해 죽기까지 했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 중 하나인 남극에서의 질병 전염 위험은 특별한 관

심 사항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미 아델리펭귄 새끼와 강치, 물개 등 수천마리의 동

물이 죽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질병을 옮기는 것 외에 관광객들은 현장에 있는 자체만으로 동물들을 자극할 수

도 있다.

1996년 이후 병코돌고래의 행동을 관찰한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의 로셀 콘스탄

틴 교수팀은 과학전문지 '생물보전'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여행객의 배가 있는 곳에

서 돌고래들이 "더욱 흥분했다"고 소개했다.

호주 퀸즐랜드 인근 '프레이저 아일랜드'에는 매년 35만명의 관광객이 자연산

들개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데 2001년 들개 2마리가 9세 어린이를 공격, 당국이 들개

31마리를 도살하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생태여행 관광객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어서 과학자들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미국의 환경단체 '국제자연보전'은 생태여행의 한 부문인 '자연관광'의 성장률

이 매년 10∼30% 성장, 일반 관광의 성장률 4∼5%를 크게 웃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

하고 있다. 유엔은 2002년을 '국제 생태여행의 해'로 선언하기도 했다.

케냐에서 생태학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한 영국 센트럴 랭커셔 대학의 크리스 사

우스게이트 교수는 "생태여행은 야생생물의 양육, 행동, 이동 등에 영향을 주지 않

도록 관광객을 제한해야 한다"며 "여행객들은 진짜 생태여행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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