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상용차 해법 찾기

손(hand)이 아니라 지식(knowledge)과 네트워크가 중요한 생산요소가 된 21세기의 기업은 더 이상 규제 대상이 아닌 지원의 대상으로 지위가 달라졌다.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본질인 기업이 얼마나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하느냐가 도시의 경쟁력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대구. 경북도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투자유치에 뛰어들고 있다.

조해녕 대구시장의 경우, 올해부터 부쩍 자주 기업현장을 찾고 있다.

대구에 진출한 이스라엘계 기업 대구텍의 공장추가건립이 전력증설 비용문제로 중단됐다는 보도(본지 1월 5일자 경제면)를 접하고 대구텍, 산자부를 직접 방문하여 전기공급규칙을 바꿨다.

또 국비(교부세, 3억원)까지 확보, 대구시의회를 거쳐 4월중 지원한다.

대구텍 방문 이후 조시장은 업종별 기업인들을 만나서 어려움을 파악하는 한편, 매달 기업인 초청 특강을 통해 대구시 공무원들의 기업에 대한 인식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의근 경북도지사는 일본 도레이 그룹의 '명예 사원'을 자청하였다가 결국 구미 4공단에 4억달러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물론 2006년까지 추가 투자도 약속받았다.

韓, 中, 日 가운데 한곳을 택하여 투자를 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이 지사는 즉시 일본으로 날아가 "도레이 직원의 마음으로 기업활동을 지원하겠으니 구미에 투자를 해달라"고 설득한 끝에 외투(外投)를 끌어냈다.

◆'경제' 총력 자치단체장

대구시장, 경북도지사가 기업현장을 방문하고 투자유치를 위해 발벗고 나서는 일은 경제제일주의 시대에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시, 도백들의 경제활동이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되어야 하지 않을까싶다.

지역기업을 순례하며 어려움을 파악하는 일은 꼭 필요하면 광역단체장이 나설 수 있으나 평소에는 실무자에게 맡겨두면 된다.

대신 해외기업이나 연구소 유치와 같은 더 큰 그림을 그려내야 하지 않을까.

얼마전 세계적인 렌즈업체인 일본 호야사(社)의 해외투자계획이 알려지자 타시도 지사가 투자협상을 벌였다.

세계적인 광학업체의 한국투자 적지는 전국 안경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대구인데도 말이다.

해외투자가 경제를 살릴 한 축임은 두말할 여지도 없다.

따라서 세계적인 기업의 성장과 설비투자 동향을 간파하고 있다가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여 투자계획서에 도장을 받아내는 '소리없는 경제전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경제활성화는 자꾸 늦어진다.

외투를 끌어오는 데 대구시장이 나서면 어떨까. 한창 가열되고 있는 대구 삼성상용차 설비를 매각하거나 활용하는 문제의 해법 역시 마찬가지다.

닛산 디젤이 3일 대구에서 상용차 라인을 가동시킨다는 것을 전제로 가칭 코리아모터컨소시엄까지 구성해서 투자의사를 밝혔다.

그전에는 강력한 의사결정권을 지닌 닛산 디젤의 제너럴 매니저(총괄 관리자) 두사람이 대구시를 방문하여 상용차 라인을 돌리고, 대구를 아시아권 자동차 부품수출의 교두보로 삼고싶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돌아갔다.

그런데 5일자 블룸버그통신은 해외공시를 통해 닛산 디젤의 한국투자가 없다고 밝혀 혼선을 빚고 있다.

코리아모터컨소시엄의 투자의향서대로 일이 진행돼 상용차 설비가 재가동되고 차와 부품을 세계로 내다팔게 될지, 아니면 대구시가 허황된 사업제안에 속아 넘어갈지 분간이 안되는 시점이다.

지난 10년간 대구경제를 거꾸로 돌려버린 삼성상용차 퇴출의 부작용을 넘어서서 상용차를 대구에서 다시 생산할 수만 있다면 상당한 생산효과와 고용창출, 관련 산업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상용차 사업이 실패한다면 엄청난 책임문제가 뒤따른다.

◆투자의지 정확한 판단 우선돼야

여기서 생각해볼 문제는 딱 두가지이다.

과연 닛산 디젤의 제안이 실현가능한지, 그리고 어느 정도 신뢰성을 지니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한다.

경제활동에서 위험부담(risk) 없는 수익(return)은 있을 수 없음을 떠올린다면, 닛산 디젤의 투자의사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닛산 디젤이 삼성상용차 설비를 매입하는 데 큰 투자를 하여 사업에 실패한다면 기업체도, 대구경제도 손실이 크다.

따라서 닛산 디젤의 투자의사가 왜곡 혹은 과장 전달된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양날의 칼과 같은 닛산 디젤의 투자의향을 챙겨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건 누구에게 미룰 일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닛산 디젤의 사장을 직접 만나서 진짜 투자하는 게 맞는지 파악하고 가부(可否) 결정을 내려 쓸데없는 소모전을 끝내게 만드는 일, 바로 대구시장의 몫이다.

최미화(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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