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공단의 수출 200억달러 달성에 노무현 대통령까지 직접 구미공단을 찾아와 '한국경제 회복을 상징하는 희망'이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주인공은 당연히 구미공단 7만여명의 근로자들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전자부품, 주물, 섬유염색, 프라스틱 사출, 금속도금, 기계용접, 하역운반 등 이른바 3D 업종에서 묵묵히 일해온 20여개 국적 6천여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의 몫도 간과할 수 없다.
수출전선 최일선에서 튼튼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그들 역시 훌륭한 산업역군이기 때문이다.
구미와 경계지점인 칠곡군 북삼면 어로리에 위치한 휴대전화 케이스 생산업체 (주)신영테크. 지난 2001년 1월에 설립해 연간 2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이 회사는 최근 경기가 풀리면서 평소보다 주문량이 20% 가량 늘었다.
변재길(36) 대표는 "원래 전자업종의 임금이 박해 한국 근로자들이 외면하기 일쑤여서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당장 회사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라며 "한가족처럼 모셔야 할 판국에 이들에 대해 턱없는 저임금 등 차별대우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올해 꼭 작업반장이 되는 게 꿈이라는 레니(31)씨는 "낮에는 일 때문에 피곤하지만 퇴근후 평수가 넓은 아파트를 임대한 기숙사에서 한국인 동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극장구경도 가는 등 하루하루가 즐겁다"며 신명이 났다.
이 회사 전체 직원 41명 가운데 37%인 15명이 외국인 근로자다.
사장과 관리직 사원들을 빼면 현장 근로자 절반이 외국인이다.
공교롭게도 외국인 전부가 필리핀에서 날아온 사람들이다.
그래서 단일 국적을 가진 이들의 결속력은 대단하다.
이는 곧 뛰어난 업무 능률로 나타난다.
회사로서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구미공단에는 90년대 초부터 외국인 근로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구미시청에 등록된 4천여명과 불법체류자를 합치면 줄잡아 6천명 정도로 추산된다.
구미시 전체 인구(36만명)의 1.7%, 전체 공단 근로자(7만명)의 8.6%나 차지한다
지난해부터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국회를 통과해 발효됐다.
합법적으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들은 이제 한국인 근로자와 다를 바가 없다.
특히 구미공단에서는 3D업종인 중소업체의 구인난이 심각하다 보니'임금이 싸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다'는 말은 사치로 통한다.
구미상의 곽공순 부장은 "중소기업협동중앙회가 최근 1천286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곳 중 3곳은 '한국인 근로자를 구할 수 없어서 외국인을 고용한다'고 응답했다.
'임금이 싸서 고용한다'는 대답은 17%에 그쳤다"고 말했다
구미가톨릭근로자문화센터 모경순(43) 사무처장은 "외국인 근로자는 이제 구미공단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동력원으로 떠올랐다"며 "이들은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다.
바로 이웃이자 사회구성원으로, 이들과 공존공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꿈을 찾아 밟은 구미공단이 호락호락 희망의 땅만은 아니었다.손가락이 잘리고 임금이 체불되는가 하면 인종차별의 벽마저 두터웠다.
두주먹을 불끈 쥐고 잘 살아보겠다고 다짐하지만 어려움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지난해 구미공단의 한 목재가공 공장에서 불법체류자로 일하던 방글라데시인 시바로(23)씨는 판재를 다듬다 손가락 1개가 잘렸다.
동료들의 도움으로 접합수술을 마쳤지만 치료비가 부족했다.
사장은 불법체류 사실을 무기로 '못내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조선족 동포 김선희(35.가명)씨는 지난 1991년 관광비자로 한국에 왔다가 구미공단에 취업한 후 아예 눌러앉아 버렸다.
5년 뒤 불법체류자가 된 상태에서 한국인을 남편으로 맞아들였지만 혼인신고도 하지 못하는 처지였다.
남편은 김씨가 힘들여 벌인 돈을 밑천으로 조그만 가게를 운영했지만 IMF사태로 부도가 났다며 가출을 해버렸다.
알고보니 남편은 돈을 빼내 다른여자와 살림을 차렸고 여섯 살난 아들도 돌보지 않고 있다.
코리안 드림은 산산조각 났다.
이처럼 지금까지 구미공단에서 산재를 입고, 임금을 떼이고, 사기결혼을 당하는 등 각양각색의 피해를 당해도 호소할 곳이 없는 외국인 근로자가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이제는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도입돼 든든한 보호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불법체류자 멍에를 벗은 외국인들은 앞으로 구미공단에서 합법적으로 일하게 된다.
다치면 산업재해로 인정돼 치료를 받고, 아프면 건강보험 혜택도 본다.
퇴직금도 탈 수 있다.
이제 외국인 근로자들이 구미공단에서 수출 300억달러 시대를 여는 주역으로 당당히 등장할 것이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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