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자금 문제의 모든 책임을 지고 감옥에 가겠다고 선언한 뒤 침묵을 지켜온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가 검찰과 현 정권에 대해 전면 반격에 나섰다.
이 전 총재의 9일 기자회견은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에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점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대선자금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만큼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지난해 12월 모든 책임을 지고 그저 감옥에 가겠다던 체념적 자세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 전 총재는 우선 대선후보였던 자신과 노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총선 이후로 연기하기로 한 것은 검찰 수사에 정치적 계산이 개입되어 있음을 분명히했다. 검찰이 노 대통령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자신에 대한 사법처리를 연기하는 것이라면 이는 검찰이 정치적 계산을 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지금 자신을 사법처리하면 여론이 노 대통령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수사착수와 함께 사법적인 판단을 요구할 것이 분명하고 이는 오는 4월 총선에서 여권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를 피하기 위해 검찰이 자신의 사법처리를 총선 이후로 미뤘다는 판단이다.
이 전 총재는 또 수사 자체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5대 그룹으로부터 받은 불법자금의 수사결과가 700대 36이라면 과연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한 결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수사결과 발표 당일에 와서야 (노무현 캠프가 받은)30억원이 새로 발견되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 전 총재의 이같은 검찰비판은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면서 대선자금중 일부가 자신의 사적 용도로 흘러들어갔다는 혐의를 흘리는 등 자신의 '도덕적 죽음'을 기도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검찰 수사에 대한 침묵은 검찰의 의도에 말리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총재의 생각인 것 같다.
이 전 총재는 이러한 판단 위에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 '공동책임론'도 제기했다. 검찰 수사결과 노 대통령도 불법자금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판명된 만큼 노 대통령도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대선자금과 같은 과거청산의 문제는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짐으로써 깨끗이 매듭지어야 한다"며 "노 대통령은 대의(大義)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기 바란다"고 했다. 같은 대선후보로서 자신이 대선자금 문제의 모든 책임을 지고 감옥에 가겠다고 한 만큼 노 대통령도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라는 것이다. 이는 대통령직 사퇴의 우회적 요구로 해석된다.
이 전 총재의 공세 전환이 총선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계속 확산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 전 총재의 공동책임론은 경우에 따라 상당한 파괴력을 낳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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