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는 반짝이는 별, 우리 손엔 길을 찾아가는 지도. 그러나 하늘엔 별이 사라지고, 우리 손엔 길을 찾아갈 지도가 없다". 루카치가 인문학과 서사문학의 현실을 슬퍼하면서 한 말이다.
이런 한탄이 더해 가는 현실에서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하늘의 별과 그 별을 찾아가는 지도를 펼쳐주는 '책의 축제'만이 아니라 '문화올림픽'이라 할 만하다.
이 도서전의 주빈국(그 해의 테마 국가)으로 선정돼 잘 치르고 나면 그 해 독일 전역에서 열리는 각종 문화예술 행사에 그 나라 문화가 널리 홍보되면서 북유럽에 큰 영향을 미치며, 몇 해 뒤에는 그 나라에 노벨문학상이 돌아가기도 했다.
▲지난 1990년 일본은 동양권에서 처음으로 이 도서전에 주빈 국가로 선정됐고, 그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일본풍이 유럽인의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 뒤 4년만에는 오이 겐자부로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가까운 예로 우선 포르투갈과 헝가리를 들 수 있다.
1997년 주빈국이었던 포르투갈은 그 다음해에, 1999년 주빈국인 헝가리도 3년만에 노벨문학상을 거머쥐었다.
▲우리나라의 '200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조직위원회' 산하 '한국의 책 100' 선정위원회가 어제 발표한 책 선정 결과를 놓고 대표성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 독자들에게도 거의 읽히지 않는 책들이 포함된 데다 문학 부문에는 박경리 최인훈 이청준 김원일 조정래 황석영 이문열 서정주 김춘수 고은 황동규 정현종 등 지명도 높은 문인들이 대거 빠져 그 기준에 의문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선정위원회 측은 이들 책은 베스트 셀러나 명저들이 아니며 한국문화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잘 알리고, 외국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들이라고 밝혔다.
또 우수한 작품이라도 이미 외국어로 번역 출간된 책들은 배제했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책의 번역서 총량을 100권 더 늘리자는 취지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번역된 작품을 포함해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문인들의 대표작을 대상으로 한다는 문화관광부의 입안.주도 입장과도 사뭇 다르다.
▲선정 도서 발표와 함께 즉각 저명 문인 배제, 장르별 기준 모호, 출판사 편중 등에 대한 비판이 일자 선정위원회 측은 이미 번역된 책은 '대한민국 대표 작가관'에 따로 전시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등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지만, 속사정이 아리송하기는 마찬가지다.
더구나 이 작업에 관여한 한 인사가 '29억9천만원으로 책정된 번역 예산을 쓰는 것이 이번 사업의 목표가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다'니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우리 문화를 유럽에 심을 절호의 기회를 망쳐서는 안 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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