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화농사 아예 포기할 판"

"이래서야 어디 더 이상 꽃농사 지어먹고 살겠습니까? 모두 죽으라는 것이지요".

최근 장미에 이어 국화도 로열티 문제가 대두되면서 국화재배 화훼농가들이 불안에 떨고있다.

이같은 현상은 외국계 국화 육종회사들이 그동안 수출국화에만 부과해오던 로열티를 국내유통 농가에까지 전면 확대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국화품종의 무단복제 사실에 대한 법적처벌까지 강조하면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다음달쯤 자사 국화품종에 대해 국립종자관리소에 품종보호를 출원할 예정인 외국계 품종회사들이 국내 일부 대리인들을 통해 자사품종의 유통현황조사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경조화용 스텐더드 국화와 스프레이 국화를 집단적으로 재배하고있는 칠곡군 왜관읍 낙금화훼작목반 반원들은 로열티 문제와 육묘공급 문제등으로 육묘공급 회사들과의 마찰을 우려하고 있다.

대부분의 작목반원들은 "수년째 일본 등지로 꾸준히 국화를 수출해왔으나 법규가 강화되면서 올해부터는 외국수출을 포기하고 국내공급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이마저도 로열티를 물어야 해 이젠 화훼농사도 포기해야 하는것 아니냐"고 참담해했다.

낙금화훼작목반 구본천 회장은 "꽃값은 10년전과 동일한 가격이면서 로열티 문제가 대두되고, 육묘회사들은 농가의 묘종 무단복제에 대해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놔 이젠 화훼농가들이 한계에 직면한 상태"라고 밝혔다.

국화작목 농가들의 불안감은 또 있다.

화훼재배농가들은 현재의 유통과정에서는 정식으로 로열티를 지급하고 육묘를 구입한다고 해도 육묘공급 회사들이 재배농가가 요구하는 품종을 제대로 공급해 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관련 농가들은 원활한 육묘공급을 위해 "로열티를 주는 대신 현재처럼 작목반에서 묘종을 자체적으로 증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국내 대리인들은 "믿을 수 없다"며 일축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굴지의 대양화훼종묘 황의웅 전무는 "가까운 시일내 국립종자관리소에 품종관리를 출원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정품목의 시장수요와 생산체계를 확립하고 정식절차를 밟은 우수농가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강조했다.

칠곡군 낙금화훼단지는 왜관읍 금산리와 낙산리 주민들이 7, 8년전 오이와 참외농사를 짓다가 작목을 전환해 시작했다.

현재 16농가가 작목반을 구성, 1만5천평의 화훼단지에서 국화와 튤립, 아리리스, 스타티스 등 연간 650만 송이의 꽃을 생산, 50만본을 수출하고 나머지는 국내에 공급해오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꽃들은 유기물이 많이 함유된 토양에서 자라 향기가 오래간다는 평판을 받으며 꽃시장에서 품질좋은 꽃으로 호응을 얻어왔다.

칠곡군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에너지절감 수출화훼단지를 조성, 현대화된 단동하우스 7동(2천100평)을 설치해 연간 3회정도 꽃을 출하하면서 농가당 평당 10만원의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낙금화훼단지 조성에 선구자 역할을 한 구본대(54)씨는 "화훼분야의 육묘공급 유통질서를 아직 제대로 확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의 재배방법에 대한 불법만을 강조하고 있어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농민들이 좀 편안하게 농사를 짓도록 해달라"고 목청을 높였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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