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소피아 앙띠폴리스와 대구 테크노폴리스

우리 경제가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지역간 균형발전과 지역혁신체제의 구축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기업들의 연구개발 내지 과학기술능력을 향상시켜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한 한 방법이 연구개발 내지 과학기술 집적단지를 효율적으로 조성하여 육성하는 것인데, 대구시에서는 대구 테크노폴리스 조성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지역혁신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실리콘밸리, 프랑스의 소피아 앙띠폴리스, 영국의 캠브리지 테크노 폴, 스웨덴의 시스타, 독일의 바덴뷔르템베르크, 타이완의 신쭈(新竹)과학산업단지 등이다.

필자가 작년 소피아 앙띠폴리스를 방문하여 그곳을 둘러본 첫 인상은 전원 속의 연구소 집적단지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 연구단지는 야산을 그대로 살려 자연친화적으로 개발된 곳이었다.

중.고등학교와 니스대학 캠퍼스, 거주단지, 생활편의시설, 식당과 레스토랑, 체육시설 등이 있고, 국내외의 세계적인 연구소가 입지하고 있으며, 골프장이 세 곳이나 있었다.

한마디로 쾌적하고 쉬면서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인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 곳은 건물이나 도로로 사용할 수 있는 부지는 총면적의 10%를 유지하고, 건축시 주변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하여 주변 지형보다 높은 건물을 건설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 친환경적인 단지이다.

소피아 앙띠폴리스내 연구기관인 LATAPSES-IDEFI의 수석연구원인 크리스띠앙 롱이 박사는 소피아 앙띠폴리스의 생활태도와 라이프 스타일이 가히 국제적이라고 말했다.

즉 소피아 앙띠폴리스가 자리잡고 있는 꼬뜨다쥐르 지역 인구의 약 12%는 프랑스인이 아니며, 소피아 앙띠폴리스에만도 무려 68개 국가의 사람들이 입주해 있고, 외국 소유 기업이 148개 기업, 4천여 명의 고급 연구원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소피아 앙띠폴리스에서 제공하는 24,550개 일자리의 28%가 이들 외국기업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이곳의 규모는 2천300㏊(약 695만7천500평) 로서 향후 추가적으로 1천600㏊(484만평)를 확대하여 개발할 계획이며, 이 단지의 3분의 2는 개방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유럽에서 가장 우수한 사이언스 파크로 알려진 소피아 앙띠폴리스의 성공요인은 무엇보다도 프랑스의 국립 및 민간연구소와 첨단 벤처기업이 동시에 입주하여 이들 기관간 지원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활발한 교류활동을 하였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세계 각국 연구소들 간의 연구와 문화를 교류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 구비, 고급인력이 선호하는 최고의 휴양지역 및 도시적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입지적 조건(휴양지 니스와 국제영화제로 유명한 칸의 중간에 위치), 우수한 성과를 내는 다국적 기업들의 집적, 편리한 접근성(니스공항, 철도 등), 우수한 정보통신 기반시설, 삶의 질의 보장, 공동체 의식 등을 들 수 있다.

소피아 앙띠폴리스는 영국의 캠브리지 테크노 폴이나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대학이 입지하고, 기업이 창업하거나 분사되어 성장한 단지가 아니다.

지적 자원이 없는 관광중심도시에 선도기능을 담당하는 대기업이 입지하고, 그 후 중소기업들과 서비스기업들이 창업 혹은 이전되었으며, 마지막으로 니스대학이 분교 형태로 입지하였다.

조성된 지 30여년이 지난 지금 강력한 지역혁신체계를 가진 테크노폴리스로 성장한 것이다.

대구시에서는 최근 대구 테크노폴리스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그 중심지에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IKST)을 입지시키려고 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DIKST 입지문제를 두고 서로 자기지역에 유치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무튼 대구 테크노폴리스 조성은 소피아 앙띠폴리스가 최적의 모델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연구단지는 백년대계의 자세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하되 휴양시설이나 골프장까지도 가까이 입지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이고, 친환경적으로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이춘근 대구.경북개발연구원 연구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