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속의 개혁-(11)대동법이 가져온 변화

대동법은 조선의 경제 전반과 신분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동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분야는 경제분야였다.

대동법이 실시됨으로써 조정은 과거 공납으로 충당하던 물품을 조달하기 위한 새로운 물자공급 체제를 수립해야 했는데, 이런 필요성에 따라 생겨난 직업이 공인(貢人)이었다.

공인들은 관청 물품을 납품하는 사람들로서 납품할 물건값을 선불로 받았으므로 상당한 자본을 축적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자본을 축적한 일부 공인들은 수공업자에게 물품값을 대주고 제작케하는 선대제(先貸制)를 실시하기도 했는데, 이는 상업자본의 수공업 지배의 한 형태로서 자본주의 발달사 초기에 나타나는 상업자본가의 원초적 형태와 같은 것이었다.

자본주의는 상업자본주의에서 시작해 산업자본주의로 발전하는데 대동법이 촉발시킨 상업발전은 조선사회 내부에서 자본주의, 즉 근대화를 지향하는 씨앗이 될 수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들이 계속 유지되고 서양 문물에 대한 개방적 자세가 정치적으로 뒷받침되었다면 조선은 식민지로 전락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대동법이 가져온 변화들은 조선 정치체제의 모순으로 사회의 질적 발전을 가져오는 단계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대동법이 시대의 변화를 선도했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역사평론가 이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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