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위장취업도 죄'(?)...입사연령까지 제한

"고졸이라고 우기는데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고…. 나중에 진짜 학력이 밝혀지겠지만 답답한 노릇입니다".

최근 포항공단 한 업체는 10여명의 고졸 생산직 채용을 계획했다가 갑자기 연기했다. 채용계획을 문의하는 구직자 상당수가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 인사담당 이모(39) 과장은 "외부 추천으로 입사했던 고학력 생산직들이 조기 퇴직하거나 조직에 융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았다"며 "고학력 지원자 차단책을 마련하기 위해 채용을 잠시 미루었다"고 말했다.

요즘 기업체 채용담당자들은 실제 학력을 속이고 하향 지원하는 '학력디플레 위장 취업자'들을 가려내느라 애를 먹고 있다. 취업난이 심화하면서 대졸 이상 고학력 구직자들이 고졸 생산직 모집에 대거 지원하면서 학력을 속이거나 허위 기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취업지원서에 고교졸업 이후의 학력을 아예 기재하지 않거나 대학 중퇴.제적 등을 이유로 학력을 '고졸'로 내세우고 있다. 우선 취업하고 보자는 욕심에서 지원하기도 하지만 중견기업과 대기업 생산직은 안정적인데다 보수도 적잖아 '위장 취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달 대구 모대학을 졸업한 정모(25)씨는 포항의 한 철강사에 지원하면서 학력을 '고졸'로 표기하면서 고교졸업 후 공백기(대학 재학시기)에 '백화점 아르바이트와 일용직으로 일했다'고 속였다. 역시 대졸자인 이모(26.대구시 대명동) 최모(26.포항시 죽도동)씨도 대학중퇴 학력이라며 전문대졸 이하의 구직자를 모집하는 포항공단 업체에 지원하기로 했다.

포항공단 내 ㄷ사도 사정이 비슷하다. 이모(36) 대리는 "조만간 고졸 생산직 채용공고를 낼 예정이나 임직원 내부 추천자나 외부 추천자 모두 대졸자가 대부분이어서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몰라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리는 "지원자들이 '대졸 학력을 인정해주지 않아도 좋으니 일단 합격만 시켜달라'고 매달린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현재 고졸 생산직 사원 250명을 모집하고 있는 포스코는 대졸자 지원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원가능 나이를 1979년 1월1일 이후(만25세) 출생자로 제한했다. 포스코는 이와 함께 면접과정에서 지원자의 고교 졸업 이후 공백기간에 대한 검증을 강화키로 했다.

포스코 등 기업체들은 학력을 속이고 입사한 사람은 추후 채용취소 또는 면직 등의 절차를 밟아 채용규정대로 고졸 또는 전문대 졸업자로 정원을 채울 계획이다.

포항고용안정센터 최정호 팀장은 "대졸 구직자 중 절반 이상이 중견규모 이상의 기업체라면 학력을 인정받지 못해도 생산직에 취업하겠다는 사람들"이라면서 "3D업종 중소기업을 제외한 전업종 생산직에 대졸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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