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서 온 게 다행"

지난 5일 내린 최악의 폭설로 고속도로가 마비됐었다.

아무런 사전 경고도 없어서 고속도로에 진입했던 차량들은 꼼짝없이 꼬박 하루를 넘게 갇혀 있어야 했다.

당시 고속도로에는 청송군 진보면 지역 노인 38명이 을미도 관광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오던 중이었다.

'버스 감옥'에서 빠져나온 노인들은 "경부고속도로에서 무려 26시간이나 갇혀 있었는데, 노인들은 견디기엔 너무 힘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손분순(81) 할머니는 "버스 안에서 꼼짝도 못하고 하루 넘게 앉아있었더니 다리가 부었다"며 "온몸이 쑤시고 아파서 아직도 거동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자동차 바퀴보다 높게 쌓인 눈더미 속에 갇혔던 노인들은 배가 너무 고팠지만 먹을 것이 전혀 없어 애를 먹었고, 잠도 한숨 못잤다고 했다.

그나마 관광버스가 정차한 곳에서 4km 가량 떨어진 곳까지 운전기사가 걸어가 건빵을 구해왔지만 넉넉지 않았고, 마실 물도 없어 눈을 녹여 마셨다는 것. 또 기름이 떨어질까봐 난방기도 가동하지 않아 추위와도 싸워야 했다.

함께 탔던 권봉탑(71)씨는 "고속도로공사, 119, 경찰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며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항의했지만 직원들은 지친 듯 아무런 답변도 없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노인들은 "집에 돌아와보니 헬기가 빵을 공수했다는 소식이 신문이며 방송에 실려 있는데 빵은 구경조차 못했다"며 "이번 폭설로 꼬박 세끼를 굶었다"고 했다.

노인들은 또 "살아서 돌아온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며 "정부와 고속도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려고 시민단체에 신고했다"고 전했다.

청송.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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