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미래를 준비하는 자세

"6.25동란때도 하루 세끼 굶은 적은 없는데…".

지난 4, 5일의 폭설로 27시간이나 눈도가니 고속도로에 갇혔던 한 노인의 푸념이다.

총선 '올인'을 위해 정치권이 머리 터지도록 싸우는 틈에 민생만 멍들고 있다.

분노한 피해자들이 정부의 허술한 방재시스템에 집단소송을 제기한다고 한다.

이번 폭설은 올초부터 거세게 몰아치는 철근파동에 이어 또 한번 정부의 부실한 위기대처 능력을 보여준 사례다.

기상청은 눈이 내린지 1시간이 지나서야 대설경보를 발동했고,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상황이 엉망인데도 '소통 원활'로 안내하며 차를 진입시켜 통행료 챙기기에만 급급했다.

이튿날의 뒷북치기 관계장관회의도 우리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올초부터 전국 산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원자재난 역시 정부의 대응부실탓에 우리경제를 송두리째 뒤흔들어놓는 태풍으로 변해 피해를 키워가고 있다.

특히 건설.자동차.전자.조선.중공업.컴퓨터 등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철 파동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예고됐다.

세계 경기회복과 달러화 약세 영향도 있지만 중국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세계박람회'를 앞두고 건설 공사를 집중발주, 작년 하반기부터 국제원자재 싹쓸이에 나서면서 국내 제강업계는 철대란을 예상, 작년 9월 예정됐던 조달청과의 철근단가 계약을 외면했다.

당시 국내 고철수집상들이 제강사에 넘기는 고철물량을 30% 이상 줄이고 값을 비싸게 쳐준 중국으로 수출, 고철 품귀현상을 부채질했다.

2002년 11만t 정도였던 고철 수출량은 작년에 3배나 늘어났다.

이미 작년 9월에 '2004년 정부 조달물량 제로(0)'의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그후 5개월간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못내고 있다.

2월부터 철근값 폭등 및 품귀현상까지 나타나자 제강사와 중간상의 매점매석 단속 등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면서 수급난을 심화, 업계를 망연자실케 했다.

'블랙홀' 중국이 세계시장의 원자재를 거침없이 빨아들이면서 국내 관련업체들이 조업을 단축하거나 라인가동을 멈추고, 건설현장마다 철근 조달을 못해 시급한 수해복구공사마저 중단했는데도 조달청은 겨우 2만5천t의 철근을 확보해 놓고 큰 공적인양 보도자료를 내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 철강업계는 전세계가 원자재 확보 비상이 걸리자 최근 호주의 최대 광산업체 BHB피첵과 90억달러 규모의 철광석 개발계약을 맺어 향후 25년간 중국내 4개 철강업체가 매년 1천200만t의 철광석을 조달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이같은 중국발 원자재난 속에 중국발 물파동과 처녀난(難)까지 예고되고 있다.

2005년쯤 중국의 물 수요와 공급 차이가 7억9천400만t으로 커져 2008년에는 10억t을 넘어설 것이라한다.

또 2020년쯤이면 결혼 적령기 여성부족으로 약 3천만명의 청년이 배우자를 못구해 매매혼, 부녀자 납치, 매음 등 사회악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모두 우리나라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발 흙먼지(黃沙)만이 아니라 우리 산업과 사회 전반에 몰아칠 황화(黃禍)가 더 걱정이다.

황재성 경제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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