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세계에 기댄 코미디 영화들이 대부분 흥행에 성공하면서 지난 몇년동안 충무로는 조폭(?)들의 낙원이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며 식상함에 치를 떨기도 했지만 조폭들의 스크린 나들이는 계속됐다.
이유는 간단했다.
관객들이 좋아했으니까.
하지만 조폭들의 몸놀림이 둔해지자 한국 영화들은 다른 흥행 코드를 찾기 시작했다.
지난해 다양한 장르의 실험을 거쳤던 영화계는 드디어 새로운 코드를 찾아낸 느낌이다.
다름 아닌 투가이즈(two-guys) 영화. 두 남자의 땀냄새가 관객층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들의 취향에 맞아떨어진 것일까.
◇가슴 찡하게
두 남자의 이야기만큼 가슴 찡한 우정이 빠질 수 있을까. 여기에다 피를 나눈 사이라면 금상첨화.
첫 테이프는 지난달 '태극기 휘날리며'(감독 강제규)가 끊었다.
장동건-원빈이라는 얼짱 형제는 개봉 31일만에 900만 명이라는 관객몰이에 성공하며 쾌속 질주를 하고 있다.
두 사람의 형제애는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북파공작원(실미도)들이 탈환했던 최고흥행 고지를 빼앗을 태세다.
'태극기…'의 성공으로 장동건과 원빈을 데리고 심판대에 잇따라 오를 두 영화들도 덩달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거의 매일 싸우다시피 하는 연년생 형제의 이야기를 다룬 '우리 형'(감독 안권태)과 바다 사나이들의 대결을 그린 '태풍'(감독 곽경택)이 그것.
원빈은 이번엔 신하균과 진한 형제애를 나누기 위해 '우리 형'으로 버스를 갈아탔고, 장동건은 이정재와 함께 '태풍'이라는 배에 올랐다.
두 남자의 '찐한' 애정이 언제까지 관객들로부터 손수건을 꺼내게 할 수 있을까. 2001년 유오성-장동건의 '친구'가 그랬던 것처럼….
◇최대한 웃기게
두 남자를 벗겼을 때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이 어찌 의리뿐이겠는가. 1960~70년대를 풍미했던 미국 총잡이들의 서부영화를 보시라. 마지막 클라이맥스는 한결같이 두 남자의 결투 장면이 차지했다.
두 남자의 라이벌 구도와 앙숙으로서의 대결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는 남성들만의 멋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4년 한국에서는 두 남자의 대결이 진지하면 실패한다.
진지함보다는 무조건 웃겨야 산다.
라이벌이거나 별로 달갑지 않은 관계였지만 나중엔 '싸우면서 정든다'는 진리를 생각나게 하는 영화들이 줄줄이 대기중이다.
차인표와 조재현의 웃기는 한판 승부를 그린 '목포는 항구다'(감독 김지훈)는 '흥행참패 보증수표=차인표'라는 공식을 무너뜨렸다.
최근 개봉을 앞둔 '어깨동무'(사진.감독 조진규)도 그 여세를 이어갈 꿈에 부풀어있다.
이성진이라는 검증 안된 배우를 시험대에 올리지만 유동근을 다른 한 축으로 내세워 '남성 투톱' 흥행코드에 기댄다.
'원조 몸짱' 차인표와의 만남을 성공적으로 끝낸 조재현도 이번엔 또 다른 '몸짱' 손창민과 새살림을 차린다.
'맹부삼천지교'(감독 김지영)에서 이들의 기막힌 대결은 입소문 만큼이나 기대감을 부풀리기에 충분하다.
과연 어떤 영화가 원조 투가이즈 영화 '투캅스'의 아성을 무너뜨리게 될까.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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