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인노동상담소 근로자들

'우리를 내쫓아 내려는 이들도 있지만 그래도 대구.경북지역민들은 우리 친구들이예요'.

지난해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본격단속이 시작된 11월17일 이후부터 110여일 동안 남구 대명3동 외국인노동상담소에서 머무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모처럼만의 이웃맞기에 한창이다.

10일 오후 이 상담소 주방에는 20여명의 외국인근로자들이 모여 자국 음식만들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13일 오후1시부터 9시까지 이곳에서 열릴 예정인 '불법체류외국인 근로자를 돕기 위한 기금마련 및 아시아음식 바자회'를 위해 각자의 솜씨를 발휘하고 있었던 것.

중국식 만두와 스리랑카의 카레15종 및 빠리뿌(콩 발효식품), 필리핀의 롬삐아(고기야채말이 빵), 베트남 국수 등 여러가지 음식을 빚는 이들 근로자들 얼굴에서는 모처럼 평온함이 느껴졌다.

7개월여전 경북 영천 한 전자부품 공장에서 일하다 이곳에 온 스리랑카인 구마라(26)씨는 "나를 잡아가려는 공무원들은 무섭지만 대구.경북에서 만난 한국인들은 대부분 내 친구"라며 "한국사람들은 콩 한쪽도 나눠 먹는다는데 우리도 그렇게 하고 싶어 이 행사를 준비중"이라 말했다.

같은 나라 출신 랑카(31.여)씨도 "주로 맵게 먹는 것이 우리 식이나 이번엔 한국사람 입맛에 맞게 맵지 않은 것도 마련했는데 많은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웃는 이들과 달리 행사 주최측인 외국인노동상담소와 대구지역사회선교협의회 관계자들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장기간 농성 아닌 농성생활에 지친 탓이기도 하지만 의류와 생필품 부족현상이 심각함에 따른 자구책으로 이같은 음식바자회를 마련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

외국인노동상담소 김경태 목사는 "단속이후 2월말까지 대구에서만 88명이 강제출국됐고 현재 출입국관리사무소에도 50여명이 곧 출국당할 상황"이라며 "제대로 된 해결책이 마련될 때까지 이들이 절대 움직일 생각이 없어 시민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후원금 1만원을 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053)653-0696.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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