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신문을 읽고-'倭人무덤' 임나일본부설로 곡해할 필요없다

매일신문 지난 9일자 7면에 실린 방수영씨의 "의령 경산리1호분이 왜인의 무덤이라고 함은 잘못이다"라는 글에 대하여 견해를 밝힌다.

고분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일반 독자들에게 그 고분은 왜인의 무덤일 수도 있다는 것과 왜인의 무덤이라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음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물론 방수영씨가 그렇게 주장하게 된 것은 과거 일본이 팽대해진 국력으로 제국주의 논리에 따라 인접한 우리 나라를 침략하고 통치하는 과정의 산물이었던 임나일본부설(4∼6세기 일본의 한반도 남부 지배설)과 관련한 우려 때문일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전통가옥이 다른 것처럼 경산리1호분은 구조와 부위의 형태가 한국고분과 다르고 주로 일본고분에서 나타나는 특징적 요소를 갖추고 있어서 왜계 고분으로 부르고 있다.

그 고분 외에도 우리 나라 남부지방에서 이러한 왜계 고분이 여러 기가 있는데, 다만 그 피장자가 왜인(倭人)인지 등은 한국과 일본의 학계에서 다양한 견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화와 사람의 이동은 물의 흐름과 달라서 어느 한 방향으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

수천 수만 기의 삼국 고분 중에서 왜계(倭系) 고분이 몇 기 있다고 해서 그것이 무슨 문제가 되는가? 일본열도에서는 삼국계 고분이 무수히 많을 뿐 아니라 특히 그 시기에는 한반도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주함에 따라 일본의 고대문화도 꽃피울 수 있는 바탕이 되었음은 한일 양국에서 상식으로 통하고 있다.

더구나 일본의 고분학자들도 한반도 남부에서 왜계 고분이 일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으로 임나일본부와 관련된 의미를 주장하는 논문을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에 일본이 우리 민족에게 저절렀던 과오에 집착하여 부분적인 역사적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방법은 올바른 역사관으로 보기 어렵다.

그것은 한 때 일본의 제국주의의 편향된 시각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훗날 미국의 한 도시에서 우리 나라 사람과 문물이 어느 정도 발견되었다고 해서 21세기 초두에는 그 곳이 한국의 식민지였다고 주장하는 것(임나일본부설처럼)이나,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어느 시민이 그것은 미국 속의 한국사람이나 한국문물이라고 판단된다는 관계학자에게 미국의 국익과 후학들에게 잘못이라고 질타한다면 결코 온당한 말이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역사 해석은 현실에 바탕에 두고 있으며 올바른 역사관은 과거의 영욕과 그 과정을 사실대로 직시함으로써 미래를 향한 지침으로 삼는데 있을 것이다.

따라서 과거의 국치는 국민 모두가 사실대로 똑똑히 기억하되 각기의 생활과 일을 충실히 함으로써 올바르고 굳건한 사회와 국가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중요하며, 그렇게 나아가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우려할 문제인 것이다.

조영현(계명대 박물관 학예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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