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명품포도'로 FTA 넘는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타결 이후 포도박사 백경천(45.군위군 의흥면.가나안농장)씨는 평소보다 2배나 바빠졌다.

칠레 농산물의 무차별 공격에 대응하고,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신토불이 명품 포도'를 생산하기 위해서다.

백씨는 명품 포도를 만들기 위해 발효 퇴비와 분말 맥반석과 활성탄을 3천여평의 포도 하우스에 뿌리고 현미.흑설탕.막걸리 등으로 만든 유인 살충주와 접착트랩을 나무에 매는 일 때문에 허리 한번 제대로 펴볼 새가 없다.

부인 오경희(44)씨도 깻묵.쌀겨 등으로 배양한 미생물과 생선을 숙성시켜 만든 아미노산, 목초액, 현미식초를 포도나무에 뿌리는 일에 하루 종일 매달려 있다.

특히 백씨는 포도의 당도를 18도 이상 유지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개발한 '약재'를 뿌리느라 하루가 모자랄 지경이다.

비법 약재는 쌀뜨물을 숙성시켜 우유를 넣어 만든 유산균과 미네랄이 많도록 아카시아 꽃을 넣어 만든 녹즙.

그가 유기농법으로 거봉포도 농사에 승부를 건 것은 지난 1984년. 유기농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주변의 인식부족으로 심한 갈등을 겪기도 했고, 경험부족으로 한알의 포도도 수확하지 못하는 실패의 고통도 겪었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법으로 무농약 유기재배를 하다보니 병충해와 수확량 감소 등 초창기 어려움은 말로 하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가족과 소비자의 건강을 위해 유기농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나름대로 연구와 실천으로 노하우를 쌓은 백씨는 땅심을 돋우는데 주력했다.

포도밭에 토종닭을 방사해 잡초를 뜯고 벌레를 잡아먹는 동안 땅을 뒤집어 땅심을 돋우도록 했다.

또 퇴비를 이용해 지렁이가 살 수 있는 환경도 만들었다.

지렁이가 땅 밑을 뚫고 다니면 통기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분비물로 지력까지 증강시키기 때문.

각고의 노력 끝에 친환경농법으로 생산한 백씨의 포도는 지난 2001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무농약인증을 받았고, 작년 1월에는 친환경농산물 중 최상품인 유기재배인증(제16-11-1-01호)도 받았다.

백씨는 "품질에 자신감을 갖고 출하한 포도를 소비자들이 마음 놓고 껍질째 먹는 모습을 볼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회를 느꼈다"며 "항상 건강한 토양과 깨끗한 물, 양심 등 세가지를 기본 바탕으로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백씨의 포도농장은 매년 25t의 포도를 생산해 남보다 50~100% 비싼 값에 출하됐으며, 올해도 7월 초순부터 출하를 시작해 1억5천여만원의 소득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군위.정창구기자 jungc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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