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설>사상 첫 자진해산...'파장' 클듯

지난해 일부 대의원들이 농협개혁을 요구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한 구미 장천농협 사태가 분쟁 4개월 만에 결국 스스로 문을 닫는 것으로 결말이 났다.

이 과정에서 대의원협의회 측과 직원노조 측은 시종일관 '자기 주장'을 내세워, 조합원이 스스로 조합을 해산하는 전국 첫 회원농협이 되는 불명예를 얻고 말았다.

장천농협 조합원은 직원노조에 대해 '노조해체'를 요구했고 노조 측은 간부들의 명예퇴직, 임금 재조정을 협상카드로 내놓다가 막바지에 '노조문제는 거론말라'며 마지막 중재안마저 거부해 협상이 결렬됐다.

하지만 이에 따른 후유증이 심각하다.

장천농협 조합원들은 인근 회원 농협들이 신용사업의 계약이전을 거부해 벌써부터 심각한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예금을 찾지 못해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영농철 비료.농약 등 경제사업 혜택도 기대하기 어렵다.

또 출자금에 대한 배당과 조합원 환원사업, 장례사업 등 각종 사업혜택도 사라지게 된다.

앞으로 장천농협은 농림부장관의 해산 인가를 받아 청산절차를 밟게 된다.

그러나 해산인가 및 청산까지는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따른 농업인과 지역 주민의 불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앞으로 인근농협들이 사업구역을 확대하면서 장천 지역을 포함하지 않을 경우 이 지역 농민들은 농협 조합원 자격을 회복할 수 없게 된다.

20여명의 장천농협 직원들도 조합 해산 결의로 실직자 신세로 전락했다.

하지만 이런 피해보다 앞으로 지역에 미칠 갈등 후유증이 더욱 우려된다.

투표장에서 만난 한 고령(72세)의 조합원은 "조합이 없어져서는 안된다"면서도 투표에서는 찬성에 표를 찍었다고 했다.

'투표를 왜 실시하는지, 어디에 찍어야 조합을 살릴 수 있는지' 제대로 모른 채 투표에 참가했다는 얘기다.

이날 개표가 끝난 뒤 농협 주변에 삼삼오오 모인 조합원들은 조합해산에 대한 희망보다는 걱정하는 반응들이 더 많았다.

한 조합원은 "조금씩만 양보했으면 이런 결과를 빚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양측을 모두 원망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하루빨리 신용사업 계약이전이 결정돼 예금업무를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인근 회원농협이 장천지역으로 사업구역을 확대하든가 출장소를 설치하도록 지역 지도자들이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미.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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