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新부부-(3부.12)동거시대

*"드러내지 못해도 부끄럽진 않아요"

'동거? 동거!'.

지난 한해 대중문화의 인기키워드 중 하나로 '동거'가 꼽혔다.

각종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동거에 대해 "아니, 결혼도 하기 전에 동거라니?"란 시각과 "이제서야 동거 얘기가 나와"라는 두 가지 반응이 엇갈렸다.

동거 신드롬을 일으킨 주역은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방송 이후 그간 '쉬쉬'하면서 입소문만 무성하던 동거 이야기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신드롬을 일으키며 인터넷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옥탑방 고양이'에서 동거는 밝고 긍정적으로 그려졌다.

이는 김래원과 정다빈이라는 젊은 스타들의 발랄함에서 힘입은 것으로, 이들은 한때 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드라마 방영 이후 영남대신문사가 지난해 재학생 1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에서 30.4%의 학생들이 '혼전동거를 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 '싱글즈'도 이성 친구간의 동거를 주요 소재로 다루었다.

연애감정 없는 이성친구였던 엄정화와 이범수는 결국 술을 마시고 '하룻밤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하지만 엄정화는 결국 '비(非)혼모'의 길을 택하게 된다.

하지만 '옥탑방 동거'와 '싱글즈'는 한편으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드라마 속의 '옥탑방'은 그저 낭만적인 공간으로 묘사돼, 동거 생활의 가장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성(性)문제와 경제적 문제를 외면했다는 것.

실제로 동거에 있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성 문제이다.

많은 동거커플의 경우 낙태를 일삼거나 '억지 결혼'을 하는 사례도 많다.

하유진(28)씨는 친구의 예를 들면서 동거의 부작용에 대해 우려했다.

"장난삼아 동거를 시작한 친구는 결국 원치않는 임신을 했다.

그 남자친구는 폭력을 사용하기도 했고 경제적 능력도 없었지만 친구는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했고 그 결과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 또 '옥탑방 고양이' 주인공들과 같은 신세대이지만 최경주(25)씨는 동거에 대해 철저한 '반대론자'다.

친한 친구의 3년간 동거생활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동거의 부작용에 대해 많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서로에 대한 애정으로 친구는 동거생활을 시작했어요. 두 사람은 결혼을 전제로 한 동거이니 만큼 떳떳하다고 했지만 주변 친구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비밀에 부쳤죠. 집안 어른들이 오셔도 '아는 후배가 다녀갔다'면서 철저히 '007'작전을 펴가며 숨겼어요. 그러더니 친구는 최근엔 결혼까진 자신없다며 헤어질 것을 고민하더군요". 김미정씨는 친구의 그런 변화가 결국 동거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한다.

"아무리 좋아했던 사람이라도 적나라한 모습을 몇 년간이나 보게 된다면 동거가 결혼까지 이어지는 커플이 얼마나 되겠냐"고 되물었다.

동거는 구속력이 없는 만큼 쉽게 만났다가 쉽게 헤어질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주변 가족들의 허락과 꼼꼼한 합의 하에 동거를 한다면 오히려 동거 기간이 서로를 잘 알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김지영(27)씨는 2년 전 양가의 허락을 맡고 남자친구와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남자친구가 대학을 졸업한 후 안정된 직장을 구하면 결혼할 것이라는 계획 때문이다.

주변 친구.가족들의 격려 속에서 그동안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안정된 생활로 학습능률도 올라, 남자친구는 이미 직장을 구했다.

"이번 여름쯤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에요. 서로를 잘 알게된 기간이었고 이 기간으로 인해 믿음과 애정이 더욱 깊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동거를 하기 전에 우선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인정을 받을 것을 권유했다.

주변 사람들이 알아야 최소한의 책임감을 갖게 된다는 것. 또 경제적인 문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돈에 관한 한 분명하게 해놓지 않으면 사소한 것 같아도 갈등의 소지가 될 우려가 있어요. 저희들은 미리 집값이나 생활비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부모님들과 상의를 한 상태였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죠. 계획적이고 절제된 생활을 한다면 결혼 전 동거의 부작용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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