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찬탄'삼킨 '반탄' 함성

'탄핵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어디에 지지서명을 해야 하나요?'

20일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촛불집회를 지켜본 대학생 오모(20.서울대)씨의 말이다.

오씨는 '이성이 마비된 상태에서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한 방향으로 내몰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노엘레 노이만이라는 독일 언론학자는 '침묵의 나선형이론'에서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타인으로부터 고립되는 것을 두려워해 자신이 대다수에 속해 있는지 확인하고, 그들 의견에 동의하는 쪽으로 성향을 바꾼다'고 설명했다.

이는 언론 매체의 영향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이론.

현(現) 탄핵정국에서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마치 침묵의 나선형을 따라가고 있는 듯하다.

대학가나 젊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탄핵 찬성'을 이야기하는 일은 스스로 '왕따'를 자처하는 것. 한 여대생(21.영남대 약학과)은 "지금의 분위기는 마치 파시즘적인 광기가 느껴진다"며 "공영방송이라 자처하는 TV가 나서서 젊은이라면 당연히 탄핵을 반대해야 하고, '개혁'이 새로운 세대의 가치인 것 마냥 떠들고 있다"고 말했다.

역(逆) 다원적 무지(多元的 無知). 1920년대 미국사회와 정반대의 상황이 한반도 남쪽에 연출되고 있다.

미국은 급격한 사회변동과정에서 다수집단이 갑자기 보수화되는 경향이 발생, '다원적 무지'를 경험한 반면 한국은 2004년 다수집단이 갑자기 진보-개혁세력으로 변하는 '역(逆) 다원적 무지' 열풍이 불고 있는 것 같다.

보수라 불릴 만한 정당이 진보를 부르짖는 당의 태풍에 휩싸인 형국. 이대로 가면 건전한 보수세력마저 자칫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아우르고, 지켜야 할 가치를 보존해 나가고자 하는 진정한 보수마저 냉전-수구세력으로 매도되는 일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피곤하다.

일상을 벗어나 정치만 바라봐야 하니 지치고 피곤할 수밖에 없는 나날이다.

탄핵안이 국회 통과된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검사, 변호사, 아나운서, 기자, 공무원뿐 아니라 자영인, 농부, 어부, 광부 할 것 없이 모두 '올 인(All in)' 전략에 빠져버렸다.

사회1부.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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