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음유시인 가수 정태춘 시집 출간

자연과 인생을 노래하는 '음유시인'에서 행동하는 '저항가수'로 변모했던 정태춘(50)이 처음으로 시집을 낸다.

30일 실천문학사에서 펴내는 '노독일처(老獨一處)'에는 그동안 틈틈이 써오던 자작시와 노랫말로 지은 시 56편이 실려 있다.

정태춘은 최근 '시인세계' 봄호가 현역시인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시인들이 좋아하는 대중가요 작사가'에서 전문작사가 양인자와 동료가수 하덕규·송창식 등을 제치고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시인의 마을', '촛불', '북한강에서', '아치의 노래' 등의 노랫말을 보면 시어(詩語) 못지않게 서정성과 운율이 뛰어나다. 실천문학사에서도 '가수의 외도'쯤으로 여기지 않고 당당한 시인으로 대접해 시집 출간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집 제목으로 삼은 시 '노독일처'에는 정태춘 특유의 반골정신이 배어 있다.

"노독일처라고/그 말이 무슨 말인지 들어봤어?/나도 아직 모르겠지만 어쨌든/우리 사무실 동네에 있는 쭝국집 이름인데…/이 야만의 문명, 숨막히는 현대사회/모든 체제 조직으로부터 탈출해서/전혀 다르게 살아보고 싶은 거거든//거기서 내가/어느 나라 국기에도 경례하지 않고/어느 나라 국가를 따라 부르지도 않고/그래도 누구 하나 손가락질하지 않고…"

2001년에 지은 노랫말 '아치에의 노래'에도 자유를 향한 열정은 여전하다. '아치'는 정태춘이 기르고 있는 새 이름.

"하루 종일을 동그란 플라스틱 막대기 위에 앉아/비록 낮은 방바닥 한 구석 좁다란 나의 새장 안에서/울창한 산림과 장엄한 폭포수, 푸르른 창공을 꿈꾼다…"

70년대 말부터 2천년대를 관통하는 시대를 가수로 살아오면서 느낀 생각도 풍자적이면서 자조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비록 황사같은 세상에도/노오란 꽃노래 부르라 하고,/아직 메마르고 싸늘한 바람 속에서도/온 산 철쭉같은/뜨거운 노래를 부르라 하고…"

정태춘은 시집 발간을 기념해 4월 9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 제일화재 세실극장에서 부인 박은옥과 함께 공연을 펼친다.

2002년에 발표한 열 번째 정규앨범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수록곡을 비롯해 20여년 가수 인생의 히트곡들을 모두 들려준다.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시·7시, 일요일 및 15일(총선일) 오후 3시. ☎(02)3272-2334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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