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각각 다른 유전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 그들이 살고 있는 환경이나 살아온 방법에 따라 유전자의 구조나 기능이 다르게 나타난다.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구조는 개체, 가계, 또는 무리나 종(種)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특징을 유전자 검사로 판명할 수 있다.
오늘날 유전자 검사는 사람의 경우 친자확인이나 범인의 검거, 또는 유전적 질환이나 식품의 원산지 추적 등에 활용된다.
우리는 친족 확인을 위해 또는 유전자 검사가 법정에서 가장 확실한 증거로 채택되어지는 장면들을 언론을 통해 종종 본적이 있다.
200여명이 희생되었던 대구 지하철 참사에서의 희생자 확인, 위안부로 끌려가서 기억상실증에 걸렸던 캄보디아 훈 할머니의 가족 확인, 그리고 한우쇠고기로 둔갑되는 수입쇠고기의 판명 등에 유전자 검사가 이용되었다.
이처럼 첨단과학기술의 발전이 없었더라면 해결할 수 없었을 많은 어려운 일들이 현대 과학에 의해 증명이 가능해진 것이다.
유전자 검사의 사회적 인식을 높여준 사건을 하나 들어보자. 프랑스의 유명한 배우이자 가수였던 이브 몽땅을 상대로, 한때 그의 연인이었던 여배우 질베르트의 딸이 친자확인 소송을 제기하였다.
여러가지 정황과 증거로 1차 법정에서는 질베르트 측이, 2차에서는 이브 몽땅의 가족이 승리하는 우여곡절 끝에 법원의 마지막 판결은 유전자 검사 결과를 따랐던 것이다.
죽은지 7년이 지난 이브 몽땅의 무덤을 파서 아직도 썩지 않은 치아의 일부분을 채취하고 질베르트와 그녀의 딸 유전자를 검사하였다.
그 결과 질베르트의 딸은 이브 몽땅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아 결국 그 사건은 유산을 노린 해프닝으로 끝나게 되었다.
이 사건은 자식의 경우 부모가 가진 유전자만을 물려받는다는 기본적인 유전자 전달체계를 과학이 입증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유전자 검사가 보편화되면서 최근에는 백화점에서 유전자 검사를 하나의 사은품으로 제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내 아이가 앞으로 얼마나 훌륭하고 건강한 사람이 될 것인지, 우수한 학습유전자를 가지고 있는지, 암이나 성인병 관련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어떤 분야에서 뛰어날 수 있는 재능과 관련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지를 미리 알고 싶어하는 부모들의 심리나 호기심을 재치있게 이용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유전자 검사 결과가 마치 미래를 예측하는 점술가들의 예언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유전자의 불변의 성질이 비과학적 범주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오히려 자신들이 판매하고 있는 식품이나 재료의 안전성과 품질보증을 위해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훨씬 가치있고 필요한 선전이 될 것이다.
식품재료들이 과연 진짜 국산인지 수입산인지, 농약이 뿌려진 식품인지, 유전자를 변형한 식품인지를 판정하는데 유전자 검사를 활용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구체적 활동이다.
백화점들이 만약 이런 활동을 개시한다면 소비자들로부터 참으로 신뢰받을 뿐 아니라, 매출 신장에도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다.
유전자 검사과정은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현장에서 곧바로 판정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는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정확한 결과를 제시할 수 있다.
따라서 현대사회에서 발생되는 문제를 유전자 검사로 해결하기 위해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휴대용 칩(chip)과 같은 방법이 개발되리라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식품이나 음식재료의 안전성과 먹을거리의 품질검정에 유전자검사를 이용하는 것은 상거래 질서와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 매우 바람직할 것이다.
또 한 가지 더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현재 대한민국 국민의 주민등록증에 표시하는 손가락 지문을 개인의 유전적 특성이 포함되는 유전자 지문(遺傳子 指紋)으로 바꾼다면 대단히 정확한 신분 확인이 될 것이다.
하지만 부정적 측면도 있다.
인간이 과학적 기술에 지나치게 얽매여 너무 인간미 없는 세상이 될까 두렵기도 하다.
도덕과 윤리를 고려하지 않고 지나친 욕구나 맹목적 호기심으로 유전자 검사가 악용된다면 마치 브레이크 고장으로 질주하는 자동차처럼 걷잡을 수 없는 사회적 병폐로 변질되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여정수 영남대 교수 생물자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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