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Free Time-삼천포항 경매시장

새벽 3시30분 삼천포항. 대지와 해면 위는 온통 어둠이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부둣가엔 벌써 바쁜 하루를 재촉하는 백열등 불빛이 어슴프레하게 새어나온다.

아침 해보다 먼저 눈을 뜨는 장터. 뱃사람들의 웅성대는 소리가 잠든 바다를 깨우고, 만선(滿船)의 기쁨이 새벽을 가르는 시간이다.

늘어선 고무 대야에 쉴새없이 활어를 옮겨 담는 뱃사람들의 모습이 활기차다.

비릿한 생선 비린내가 온통 배어있는 시장 바닥을 먼지앉은 전등이 발갛게 달구면 장터는 삽시간에 인간시장이 되어버린다.

서로 먼저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한 자리싸움으로 한쪽에선 욕설마저 터져나온다.

상깃한 바닷내음으로 가득하던 새벽 장터가 삽시간에 삶의 열기로 뜨거워지고 인간의 냄새가 대신 자리를 잡는다.

"어어어~"하며 구성진 가락을 타고 드디어 흥정이 벌어진다.

순식간에 내밀었다 숨기는 손가락 신호가 현란하다.

빠르게 진행되는 경매꾼의 소리에 부두에 의지하며 고단한 일상을 꾸려가는 뭇 남정네들과 아낙들의 손길도 덩달아 바빠진다.

간밤에 거둬올린 활어들을 뭍으로 올리느라 뱃꾼들은 모두 정신이 없다.

아낙들은 "아제, 이거 억수로 신선하제"하며 그들을 향해 함박웃음을 짓는다.

"고생해도 잡은거 바로바로 파는 맛에 고기를 잡는기라". 20년전 시집온 이후 줄곧 이곳 삼천포 부두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온 김순명(44.여)씨는 "한때는 여기도 쥐치포 덕에 흥청댔는데 이젠 예전같지 않제"라며 씁쓸한 표정이다.

해풍에 그을린 얼굴빛 사이로 고단하고 억센 삶의 결이 묻어난다.

2, 3시간이 훌쩍 지났다.

지칠만도 하련만 중매인들의 손가락질은 더욱 숨가쁘다.

"오~이, 1만5천원에 3번". 얼마 남지 않은 활어들을 사기 위한 눈치작전이 불꽃을 튀긴다.

억센 사람들과 활어, 바닷바람이 그려낸 질펀한 풍경은 조금씩 고개를 드는 아침해 속으로 조금씩 사그라든다.

글: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사진: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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