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넷 커뮤니티 '대구 맛따라 길따라'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맛기행 떠나 보실래요?"

22일 오전 8시.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인 사람들이 하나둘씩 고속버스에 올라탔다.

이들은 맛을 찾아 전국을 다니는 인터넷 커뮤니티 '대구 맛따라 길따라(cafe.daum.net/mattgil)'의 회원들이다.

이날 맛기행 코스는 지리산 청학동. 산채비빔밥과 고로쇠물을 맛보러 가는 것이다.

'산채비빔밥' 하면 흔한 음식이라 실망하기 쉽지만 카페 주인장 윤병대씨의 비빔밥의 유래와 지역적 특징에 대해서 듣고 나면 비빔밥이 다르게 보인다.

"문헌상 비빔밥이 최초로 나오는 곳이 충북 청주예요. 산채비빔밥의 고향격이죠. 경상도 지역엔 진주가 안동보다 비빔밥이 먼저 등장했어요. 지금 비빔밥에 김가루를 뿌려 먹는 것은 북한 해주비빔밥의 형태이고, 콩나물을 넣는 것은 전주식으로, 예전에 디스토마가 많았던 전주 지역 풍토병을 콩나물로 예방하려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어요. 돌솥비빔밥은 1천여년 전 중국 요리백과에 나오는 것으로 보아 중국에서 들어온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쇠고기국물 등을 곁들이도록 한 것은 영양학적으로 균형을 찾기 위한 것이죠".

윤씨의 설명이 이어지자 버스 여기저기서 감탄사와 함께 질문도 이어진다.

시누이와 함께 맛기행에 참가했다는 윤정하(37.여.경산)씨는 까다로운 입맛 때문에 '맛따라 길따라'를 찾게 됐다.

"워낙 가리는 음식이 많다보니 좀더 맛있는 음식점을 찾기 위해 인터넷 카페에 가입했어요. 직접 맛기행을 와본 건 처음인데, 주변 경관도 감상하고 음식에 관한 여러 가지 설명도 들을 수 있어 참 좋은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이날 친구들과 함께 참가한 김옥순(41.여.대구 달서구 상인동)씨는 맛기행 참가 횟수만도 벌써 세 번째. "회비가 싸고 운전 부담이 없으니 남편도 좋아해요. 이번엔 친구 10여명과 함께 왔는데, 봄 야유회 기분도 들어 모두 만족해합니다"라고 말했다.

2001년 11월 문을 연 인터넷 커뮤니티 '맛따라 길따라'는 지역 동호회임에도 회원수 3만2천여명을 자랑하는 인기 커뮤니티. 열혈 마니아들도 많아 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이 단체로 가입하기도 하고 주말 맛기행 여행에는 가족이 총출동해 맛 나들이에 나서기도 한다고.

올해 정기 맛기행 코스는 전라도로 잡혀 있다.

한달에 한번씩 '단양 떡갈비', '여수 해물한정식', '목포 낙지', '나주 곰탕' 등 전라도 음식 가운데서도 원조 음식들을 찾아가는 것이다.

회비도 3만원으로, 음식값 1만5천원을 제외한다면 거의 실비로 다녀오는 것이다.

그 외에도 계절에 맞는 음식 기행을 수시로 떠나, 이번 주말엔 영주 부석사로 조개구이를 맛보러 간다고. 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맛기행을 떠나, 지난해엔 태국과 필리핀에서 현지 유명음식을 맛보았다.

카페엔 '추천 음식점' 코너도 있다.

하지만 홍보글로 '도배'된 여느 카페와는 다르다.

10여명의 운영진들이 한달에 한번씩 직접 화제의 음식점을 방문, 검증절차를 거치는 것. 그래서 회원들은 이 카페 정보라면 한번 믿어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놀고 먹는' 모임만은 아니란 것을 실천하기 위해 회비의 1%를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사랑나누기' 운동도 펼치고 있다.

올해는 칠곡 보육원에서 함께 음식을 만들어먹고 나들이도 하는 등 한달에 한번 약 40명의 회원이 사랑나누기 행사를 진행한다.

'고급 음식점 정보들이 담겨있는 따뜻한 카페'라는 윤씨의 말처럼 '대구 맛따라 길따라' 회원들은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갖가지 정보들이 가득 담긴 대구.경북의 대표적인 맛 커뮤니티 가운데 하나라고 자부하고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사진 : 맛 기행을 떠난 회원들이 지리산 청학동에서 산채비빔밥을 맛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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