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음악계 크로스오버 바람

클래식과 재즈, 팝 등 다른 장르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는 이제 너무나 대중적인 작업이 됐다.

1969년 재즈 뮤지션 마일즈 데이비스가 록 음악과 재즈를 결합한 앨범 '비치스 브루'(Bitches Brew)를 선보인 이래 크로스오버는 대중성과 참신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각광 받아 왔다.

그러나 지역의 현실은 갖가지 형태의 크로스오버가 활발히 시도되는 요즘 추세와는 다소 동떨어져 보인다.

지역에 기반을 둔 대중음악 뮤지션의 수가 많지 않고 클래식과 국악 연주자들도 정통을 고집하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근 지역에서 젊은 뮤지션을 중심으로 시도되고 있는 크로스오버적인 실험들은 지역 음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올 것으로 기대된다.

◇록과 재즈, 우리 가락과 만나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재즈 음악인들은 최근 국악인들과의 협연을 통해 새로운 음악적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21일 중구 삼덕동의 재즈클럽 '코너'에서는 재즈그룹 '하모닉스'와 대전시립국악단원과의 협연이 시도됐다.

이들은 국악기로 재즈를 연주하거나 양악기로 국악을 연주하는 단순한 틀에서 벗어나 두 장르가 지닌 독특한 요소를 모두 수용하는 창작곡을 연주해 갈채를 받았다.

공연을 기획한 재즈 칼럼니스트 권오성(35)씨는 "각기 다른 장르의 음악이 만나면 대중들과 보다 쉽게 교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음악의 다양성도 풍부해진다"며 "앞으로 인도음악, 아프리카 음악과의 접목도 시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록 음악과 국악과의 크로스오버는 수년 전부터 시도되어 왔다.

지난 1월 30일 북구문화예술회관에서는 퓨전 연주단 '자유'가 '콩나물 비빔밥'이라는 주제로 록 음악과 국악의 크로스오버 공연을 열었다.

드럼, 기타, 베이스 등 전자 악기들과 장고, 대금, 가야금, 해금 등 전통 악기로 구성된 연주단은 '고구려의 혼','바람의 유희' 등 국악 곡들을 맛깔스럽게 비벼냈다.

이들이 말하는 크로스오버의 매력은 전통 악기가 가진 깊은 맛을 음역과 음량이 넓은 서양 악기로 보다 풍부하게 해석해 낸다는 점. 연주단의 드러머 석경관씨는"크로스오버는 같은 곡을 연주하면서도 서로 다른 호흡을 한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단순한 동.서양 악기의 물리적 결합을 넘어 장단 자체를 과학적으로 결합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클래식 더하기 민속음악

80년대를 지나면서 지역의 클래식 작곡가들은 국악음계를 수용하기 시작했다.

대구시향 및 대구시립국악단 등은 타 장르의 음악인들과 협연을 종종 시도했고 성악가들은 대중들에게 뮤지컬이나 팝 레퍼토리를 선보인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교류보다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년 전 결성된 '바리차스 앙상블'은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크로스오버를 실험하고 있다.

타악기 연주자들이 주축을 이룬 이 앙상블은 오케스트라 연주에 사용되는 타악기들과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등 각국의 민속 타악기와의 결합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구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에서는 일본 전통 선율에 아프리카 타악기와 라틴 리듬을 조화시켰다.

앙상블을 주도하고 있는 대구시향의 박종덕(32) 단원은 "아프리카 민속 음악은 춤에 대한 반주이자 무언의 대화"라면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클래식과 달리 민속음악은 청중이 이해하기 쉽고 인간적"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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