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집 떠나와 열차타고 훈련소로 향할 때~

해병대 교육훈련단 입구에서 장정 수백명이 단체로 큰절을 올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포항시 오천읍 해병대 교육훈련단 도솔관 광장에서 30여년 동안 변함없이 매달 2차례씩 벌어지는 신병들의 가입소 모습. 23일 오후 도솔관 광장에는 귀신 잡는 해병으로 태어나기 위한 신병 970기 가입소식이 열렸다.

입소를 앞둔 신병들이 곳곳에서 가족과 애인,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담소도 잠시, 훈련 교관이 확성기를 통해 "입대 장병들은 줄 안으로 들어와 정렬하기 바랍니다"라는 지시를 내리자 세월이 흘러도 결코 변하지 않는 익숙한 작별 풍경이 펼쳐졌다.

사랑하는 아들을 떠나보내는 어머니의 눈물과 애인과 헤어져야 하는 장병들의 아쉬운 모습이 서로 교차되는 줄 안과 줄 밖의 상반된 풍경은 보는 이의 콧등을 시큰거리게 했다.

'부모님께 작별 인사를 드리라'라는 교관의 구령에 따라 입대 장병 수백명은 일제히 "몸 건강히 훈련 잘 받겠습니다"라는 함성과 함께 부모님과 연인, 친구들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절을 받는 이들은 순간 눈물을 훔치거나 손을 흔들며 이들의 건강한 군생활을 격려했다.

이처럼 부모의 마음과 입대 장병의 마음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들 중 하나이고, 그런 마음과 마음의 부딪힘이 빚어내는 가입소 풍경도 늘 한결같을 것이다.

부대 앞에서 20여년째 식당을 한다는 이모(53)씨는 "20여년 동안 신병들의 가입소 풍경을 보아 왔다"며 "세월이 흐르고 장정들 모습도 많이 달라졌지만 예나 지금이나 애틋한 가입소 풍경만큼은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입대한 김성철(21) 훈병은 "큰절을 올리면서 부모님의 끝없는 사랑을 새삼 깨달았다"며 "성실한 군생활을 통해 자랑스런 아들로 태어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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