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 칠곡에서 이불공장을 운영하며 남부럽지 않은 행복을 누리던 박재용(43.서구 비산동)씨에게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1년 회사가 부도나면서부터다.
"당시만 해도 힘들었지만 결코 좌절하지는 않았습니다.
모든 것을 잃고 빚쟁이에게 쫓기고 가난에 허덕였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세 식구가 다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죠".
이때부터 박씨는 사랑하는 딸과 아내를 위해 돼지농장.운전기사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덕분에 다시 행복이 찾아오는가 싶었지만 이도 잠시. 10여년 전부터 당뇨병과 고혈압으로 고생하면서도 변변한 치료조차 받아보지 못한 박씨는 결국 숨을 못 쉴 정도의 고통과 함께 찾아온 심장병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하지만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은 박씨는 병원문턱에도 가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장기간 의료보험료를 못내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데다 진료비조차 없었기 때문. 그러한 박씨의 불행은 서막에 불과했다.
박씨가 몸져 누운뒤 식당일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근근이 꾸려오던 아내마저 지난 2월 '헤어지자'는 말만 남기고 박씨와 다섯 살배기 딸을 두고 집을 나가버린 것. 아내의 가출 후 현재 박씨와 딸 소현이는 월세 10만원짜리의 비좁은 단칸방에서 추위와 배고픔과 싸우고 있다.
자신은 물론 딸에게 식사조차 챙겨주지 못해 과자와 음료로 식사를 대신하길 수개월째. 이제는 굶는 것마저 익숙해져 버렸다고.
무엇보다 박씨를 괴롭히는 것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딸아이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사업부도로 가지고 있던 모든 재산을 잃었지만 가족을 잃는 것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가 없는 절망이었다"는 박씨는 "추위와 배고픔으로 점점 야위어만 가는 아이를 볼 때마다 미안함과 자신의 잘못으로 딸아이에게 어머니를 잃게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죄책감에 가슴이 찢어진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딸아이를 위해 또 한번 힘을 내고 건강을 되찾아 딸에게 어머니 몫까지 다해 주고 싶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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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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