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식성 동물은 초식동물이나 육식동물보다 종족 보존에 유리하다.
판다를 멸종 위기로 내모는 것은 대나무 잎만 고집하는 그들의 유별난 식성 때문이다.
다른 생명체를 섭취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것이 동물의 숙명이지만 인간 만큼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섭취하는 종도 없다.
네 발 달린 것은 책상 말고 다 먹고 날개 달린 것은 비행기만 빼고 요리재료로 쓴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
그러면서도 인류는 문화권이나 종교권 별로 특정 육류에 대한 다양한 터부를 갖고 있다.
매년 기근으로 많은 사람이 굶어 죽는 인도의 힌두교도들은 결코 쇠고기를 먹지 않으며, 이슬람권 나라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반면 북중부 인도에서는 힌두교도들이 소떼로 돼지를 밟아 죽인 뒤 죽은 돼지의 고기를 먹는 축제가 열린다.
아프리카의 한 부족은 어족자원이 풍부한 강 유역에 살지만 생선은 일체 입에 대지 않는다.
인도의 자이나 교도들은 불상생 원리와 채식주의를 철저하게 지킨다.
혹여나 곤충이 입에 들어가 죽는 것을 막기 위해 이들은 외출시 헝겊 마스크로 입과 코를 막으며, 개미들을 밟을까봐 빗자루를 갖고 다니면서 앞길을 쓸어낸다.
벌레가 들어있을 가능성이 많은 과일에는 손도 대지 않는다.
*육식 통해 다양한 문화 해석
인류는 왜 이처럼 육식에 대해 다양한 금기를 갖고 있을까. 미국의 지리학자인 프레데릭 J. 시문스가 지은 '이 고기는 먹지 마라?'는 육식에 대한 터부의 세계사를 다양한 문화코드로 접근하고 있다.
이슬람 교도들과 마찬가지로 유대인들도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데 이유는 동일한 것일까. 유대교와 동일한 기원에서 출발한 기독교 신자들은 돼지고기를 먹는다.
그렇다면 종교와 특정 음식에 대한 거부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하와이인들은 개와 돼지를 자주 쓰다듬어주고 여성의 젖을 먹이기까지 하며 보살피지만 결국에는 모두 잡아 먹는다.
반면 유럽인들은 개를 애완동물로, 돼지를 식용동물로 간주한다.
숭배하는 동물을 잡아먹는 경우와 그 동물의 고기 섭취가 금기시되는 경우가 모두 존재하며, 반대로 천대하는 동물을 잡아먹는 경우와 그 동물의 고기를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
영양과 경제적인 이유가 금기의 주된 결정인자라면 수많은 종류의 가용 식량 중 극히 일부만이 실제 음식으로 활용되고 있는 현상을 설명할 길이 없다.
마사이족 전사들의 이상적인 식단은 고기와 우유, 소 피 뿐이다.
그러나 이들은 결코 고기와 유유를 같이 먹지 않는다.
브라질의 남비콰라 인디언들은 식용 가능한 가축을 많이 기르지만, 자기들이 기르는 닭이 낳은 달걀조차 먹지 않는다.
그들에게 가축은 오로지 애완동물일 뿐이다.
*외부인의 눈엔 불합리
저자는 배를 채우는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세계관.종교관.인생관 등을 모두 담고 있는 하나의 그릇 또는 상징체로서의 음식 문화를 천착하고 있다.
음식재료가 될 수 있는 자격은 외부인의 눈에 불합리하고 이해할 수 없는 기준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더 많다.
종족이나 집단의 고유한 세계관이나 문화코드에 저촉되지 않아야 음식재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인류의 대표적인 일곱가지 육류식품인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와 달걀, 말고기, 낙타고기, 개고기, 생선에 대한 식문화와 금기문화를 역사적이면서 문화적인 관점에서 파고들고 있다.
다양한 음식 문화의 계통 및 배경에 대해 제시된 설명은 여럿 있었지만 이 책 만큼 광범위한 자료와 사례, 해석이 담긴 것은 찾아보기 힘들 것같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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