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속철시대 이렇게 대비하자-(5)경주.김천.포항

고속철 역사가 들어서는 경주와 김천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기대에 부풀어 있다.

아울러 포항과 구미도 일상생활은 물론 경제, 문화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고속철 개통을 지켜보며 나름대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경주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역사문화 관광도시로, 김천은 교통 요충지라는 옛 명성을 되찾을 절호의 기회로 보고 각종 개발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 천년 고도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관광자원 개발 - 경주

경주시는 스쳐가는 관광지에서 쉬어가는 사계절 관광지로 탈바꿈하기 위해 2020년 인구 40만명 목표로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도로망 구축과 관광객 편의시설 확충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경주유적 종합정비계획을 수립, 문화재 발굴과 아울러 경주읍성, 남산, 양동민속마을을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등 올해를 '문화창조 원년'으로 정하고 예술회관 건립 추진과 동리.목월 문학관 준공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있다.

백상승 경주시장은 "고도보존 특별법이 공포됨에 따라 문화재주변 토지를 조속히 보상, 당시 신라시대 왕경 모습을 재현해 세계적인 역사문화 관광명소로 가꾸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문화관광부, 경북도, 경주시가 함께 하는 경주역사문화도시 태스크포스팀은 문화유산, 관광, 도시계획, 공공미술, 도시경영마케팅 등 5개 분야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짜고 있다.

고속철 신경주역사가 들어설 건천읍 화천리 140만평에 인구 3만여명 규모로 주거.산업.교육 기능을 갖춘 신도시를 만들 계획이다.

그러나 역세권 개발 전담부서인 도시개발사업단 신설이 경주시의회의 부정적 시각으로 표류하고 있는 데다 사업주체 선정이 늦어 사업추진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

또 경부고속도로 경주IC에서 시내 진입로인 서라벌대로변에 조성되는 '만남의 광장'은 경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휴식공간과 관광정보를 제공한다.

만남의 광장에는 농특산물 직판장을 만들어 농어민 소득증대를 꾀하는 한편 셔틀버스 및 관광택시 운행으로 시내 만성체증도 해소시킬 계획이다.

엑스포 공원에 향후 10년간 총 사업비 1천여억원을 투입, 세계적인 한국형 종합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우리 문화와 5대양 6대주 문화를 전시하는 신라천년 타워를 세워 사시사철 찾을 수 있는 문화인프라로 가꿀 방침이다.

경주시 손오익 기획문화국장은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 되면 경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이 연간 1천만명을 웃돌 전망"이라며 "지역발전은 물론 관광업도 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경북도는 이를 위해 (주)태영이 보문단지 265만여평 부지에 건설 중인 관광휴양시설인 실버텔, 콘도, 온천, 골프장, 컨벤션센터, 친환경시설들이 성공리에 개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서천.남천.북천 둔치에 야생화단지를 비롯한 억세 군락지, 생태연못 등 자연학습단지를 조성하고 남천과 첨성대 일원을 연계하는 자연생태환경 학습단지를 만들기 위해 이미 사업비 81억원을 투입했다.

유서깊은 황성공원을 도심녹지공원과 어우러진 체육.휴식.위락공원으로 만들며, 경주IC~구황교간 도로 확장과 병행해 도목, 시목 등 향토 고유수종을 심어 신라왕경 도시림을 복원한다.

▧김천

김천시는 고속철 김천역사 주변을 경북 중남부 지역의 거점도시로 발전시킨다는 계획 아래 역사 및 역세권 개발 계획면적을 최대한 넓게 잡는 등 백년대계형 청사진을 마련하고, 이를 건설교통부에 적극 건의키로 했다.

아울러 신도시 형성을 위해 장기적으로 김천의 국철 역사와 버스터미널 등을 고속철 역사와 합치는 복합형 터미널 조성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철도청에 따르면 하루 상하행 20회 운행하는 김천역의 새마을호 열차 이용 승객은 평일이 한회 평균 20여명, 주말 30여명에 그쳐 고속철 이용객만으로는 역사 주변에 대한 상업 및 숙박시설 등 복합형 상가 조성이 힘든 실정이다.

또 김천역사의 이용도를 높이려면 차량 수천대가 주차할 수 있는 역사 주차장을 비롯해 렌터카 시설, 녹지공간 면적 등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역사 및 역세권 개발 계획 면적은 최소 수십만평에 달해야 할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프랑스 아비뇽의 경우 인구 및 도심 규모가 김천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고속철 역사의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아비뇽 TGV(떼제베) 역사의 경우 부지 10만9천평에 4천평 규모로 건립돼 1천850대의 주차장을 확보하고 있다. 또 환승철도를 비롯해 고속도로가 연결돼 있고 셔틀버스, 시내버스 운행은 물론 렌터카와 헬기 대여회사도 있다.

역세권은 역사 주변 150만평이 계획에 포함돼 현재 1단계로 90만평이 개발 중에 있다. 국제회의장, 호텔, 기업체, 상가 등이 건축돼 신시가지를 조성하고, 농업공원 조성과 농업관련 기업체, 농업연구소, 농업전시관 등을 동시 개발중이다.

이성근 영남대 교수와 정성용 대구대 교수는 최근 고속철 김천역 유치 관련 연구보고서를 통해 김천의 도시 미래상과 개발 목표로 △경북 중서부 중추 도시적 기능 강화 △공원같은(park like) 전원도시 건설 △김천역세권 신도시 건설 △경북 불교.유교문화권의 거점 도시 등을 제시했다.

특히 지역개발 촉진제로는 역세권 개발을 비롯해 배후 신도시 개발, 종합환승센터 건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및 정부투자기관 유치 등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박팔용 김천시장은 "김천역사는 지역거점 기능으로 발전해야 하며, 아비뇽을 벤치마킹한 결과와 김천역사 및 역세권 개발 용역 결과를 종합해 건교부에 적극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항

포항은 지리적으로 한반도의 최오지에 속하는 곳이다. 서울은 물론 대구나 부산에서도 쉽게 나서기에는 부담가는 거리 때문. 시민들은 고속철도 개통이 포항의 소외감을 덜어주는데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포항시나 경북도도 '반도의 변방인 포항을 중심축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낼 것'으로 믿고 있다.

포항시는 이같은 기대속에 특히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고속철 효과'를 기획하고 있다. 그 핵심은 스쳐가던 광광객을 포항에 2, 3일간 붙잡아 두겠다는 것. 이를 위해 포항시는 흥해읍.기계.기북.죽장면 지역에 산재한 사찰과 서원, 향교를 중심으로 한 전통문화 체험코스 개발에 한창이다.

또 송도.북부.월포해수욕장을 해양 레포츠 단지로, 구룡포.칠포해수욕장은 입욕전문 해변으로, 흥해읍 오도해안에는 해저터널을 개설하고, 대보면 해맞이 공원 인근에 해저조각공원을 조성하는 등 주요 해수욕장과 해안을 지역별로 특색있는 테마관광지로 만들기로 하고 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이와 함께 강원도 속초에서 강릉, 동해, 삼척을 거쳐 울진, 영덕, 포항, 경주에 이르는 동해안권역 자치단체간 협력을 통한 동해안 해양관광 벨트 개발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정연대(45) 포항시 관광진흥담당은 "동해안 벨트를 경부고속철도와 포항~대구간 고속도로 및 동해중부선철도와 자연스레 연결되는 U자형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면 국내 최고의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포항지역의 산업계도 고속철 개통을 반기고 있다.

공단 업체들은 여객기 결항률이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임직원 출장이나 바이어 초청 등에 큰 어려움 겪었으나, 고속철이라는 대체 교통수단을 확보해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정원 포스코 총무팀 리더는 "고속철과 대구~포항간 고속도로를 연계하면 기상조건과 상관없이 업무를 추진할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장춘식 삼정피앤에이 총무팀장도 "날씨를 탓하며 울산공항이나 김해공항을 경유하는 불편을 덜게 됐다"고 했다.

경주.박준현기자 jhpark@imaeil.com

김천.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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