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큐멘터리 영화 '송환' 김동원 감독

"장기수 할아버지들도 썩 만족하시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난달 27일 영화 '송환' 무대인사를 위해 예술영화전용관 필름통(씨네아시아 2관)을 찾은 김동원(49) 감독은 첫마디를 이렇게 시작했다.

"할아버지들이 충성을 바치는 북한에 100% 동의하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이념적인 부분을 희미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할아버지들의 만족감은 덜하지 않겠어요".

김 감독은 지난 1992년 우연하게 30여 년간 옥살이를 했던 한 비전향 장기수를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 것이 12년 동안이나 그들의 삶을 맴돌게 된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동안 촬영해둔 테이프만 500개에 이릅니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800시간이 넘는 분량이지요. 하지만 촬영기간 내내 즐거웠어요".

김 감독은 오히려 촬영보다 편집과정이 힘들었다고 했다.

800시간이 넘는 촬영분을 2시간 30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로 줄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지 않을까. 그는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있는 우리의 현실을 새롭게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화는 간첩으로 남파돼 체포, 수십년 간 옥살이를 한 북한 공작원들의 삶을 담고 있지만 이념 문제를 다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인간을 그리워하는, 그런 관심이 주가 되지요".

그래서 그는 영화에 등장하는 조창손 할아버지가 꼭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북으로 돌아가신 할아버지에게 영화 테이프를 보내줄 수도 없고…. 한가지 방법밖에 없어요. 통일이 될 때까지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상계동 올림픽', '행당동 사람들' 등 우리나라 독립영화계를 이끌어온 그의 차기작이 문득 궁금해졌다.

"다큐멘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이 없어지지 않는 한 계속 다큐멘터리를 찍을 생각입니다.

또 한번 작품으로 인연을 맺게 된 소재는 계속 뒷이야기가 궁금해져요. 그래서 '행당동 사람들 3'나 '상계동 올림픽 2'가 머릿속에 들어있지요". 정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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