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일서 머리쓰개 착용금지법 첫 통과

독일 남서부의 바덴-뷔르템베르크주(州)가 1일 공립학교 교사의 무슬림 머리쓰개

착용 금지법을 독일에서 처음으로 입법해 종교적 편견과 인권탄압 논란이 재연하고

있다.

보수정당인 기독교민주연합과 자유민주당이 장악한 주의회는 이날 무슬림 머리

쓰개가 이슬람의 정치적 견해를 표출하고 여성을 억압하는 상징이라며 공립학교에서

이의 착용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으며 이달 내에 시행키로 했다.

보수적인 주 분위기를 반영하듯 야당인 사회민주당 의원들조차 대부분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 입장이었던 녹색당은 대세에 밀리자 착용 허용 여부를 학교 재량에 맡

기자고 제안했으나 기각됐다.

프랑스와 달리 독일은 교사가 아닌 학생들의 무슬림 머리쓰개나 이슬람 상징물

착용은 금지하지 않는다. 착용 금지 논의의 출발점이 교사의 종교적 중립성이기 때

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빈프레트 크레치만 녹색당 주대표는 "무슬림 뿐아니라 가톨릭

수녀의 머리쓰개와 기독교인의 십자가, 유대교인의 두건인 야물커 등 다른 종교의

상징물 착용도 금지해야 형평에 맞는다"고 비판했다. 이슬람 단체들은 물론 일부 인

권 및 여성 단체들도 종교의 자유 침해이자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인권 억압이라

고 반발했다.

반면 보수파는 "수녀의 머리쓰개와 십자가 등은 서유럽의 전통적 문화와 교육적

인 가치를 상징하는 것"이라며 계속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부분 가톨릭과 개신교 단체와 일부 인권단체들은 기독교적 상징물까지 금지해

야 한다는 주장을 강력히 반박하면서도 무슬림 머리쓰개를 금지하는 일에는 침묵하

거나 동조하고 있다.

요하네스 라우 대통령도 최근 크레치만 의원이나 인권단체의 시각과 같은 입장

을 밝혔다가 보수 정당과 기독교계는 물론 같은 사회민주당의 적지 않은 의원들에게

서 공격을 받고 한탄한 바 있다.

현재 독일 16개 주 대부분이 교사 등 공무원의 직장 내 종교적 상징물 착용을

금지하는 법률 제정을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보수적인 바이에른 등 최소 4개 주는

바덴-뷔르템베르크주처럼 무슬림 머리쓰개 착용만 금지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사민당과 민주사회당이 연립정권을 구성 중인 베를린의 경우 이슬람 뿐

아니라 기독교와 유대교 상징물도 학교는 물론 경찰서 등 모든 공공기관 직원이 착

용하는 것을 금지키로 여당에서 합의해 입법을 추진키로 했다.

독일에서 무슬림 머리쓰개 논쟁이 촉발된 것은 1998년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무

슬림 여교사가 머리쓰개 착용을 이유로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교사 임용을 거부한

바덴 뷔르템베르크 주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부터다. 결국 헌법재판소까

지 갔으나 지난해 9월 헌재는 주정부가 관련 법률을 사전에 제정한 뒤 금지할 경우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헌재는 당시 결정문에서 모든 종교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밝혀 앞

으로 바덴-뷔르템부르크주의 입법에 대한 헌법소원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베를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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