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7대 총선 열전지대를 가다-경북 영주

열린우리당 지역 후보 중 최고의 기대주와 논란 끝에 공천에 성공한 한나라당 후보간의 승부가 이번 총선의 관전 포인트다.

최근의 분위기는 큰 폭의 차이로 리드하던 열린우리당 이영탁(李永鐸) 후보에게 '박풍(朴風)' '노풍(老風)'의 힘을 빌려 선두탈환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한나라당 장윤석(張倫碩) 후보가 도전장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열린우리당 이 후보는 탄핵역풍과 지역내 탄탄한 지지도를 바탕으로 당선가능성이 50%를 상회하는 등 한때 금배지의 꿈이 기정사실화된 후보였다.

반면 변호사 출신의 한나라당 장 후보는 공천 경쟁자들로부터 '낙하산 공천' 논란을 불러오는 등 미덥지 못한 후보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최근 시들해진 탄핵역풍과 '박근혜 효과' '노인 폄하 발언 논란'으로 지지도가 요동을 치는 듯 하더니 장 후보의 지지도가 회복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 후보 측은 "대세에 지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지만 장 후보 측은 "역전의 발판이 마련됐다"며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한나라당 장 후보 측은 "탄핵역풍이 지지부진해 지면서 지지도 상승 움직임이 감지되더니 전당대회 이후 불어온 박근혜(朴槿惠) 효과로 탄력을 받았고 노인폄하 발언으로 승기를 잡게됐다"고 자신했다.

이 지역의 전통적 지지기반이 한나라당이고 지역 유권자의 25%가 60대 이상의 노년층이라는 근거 자료도 제시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최근 노인정에 가면 어르신들이 '우리는 투표권도 없는데 왜 여기까지 오느냐'고 쏘아 붙이신다"며 "한나라당 후보에게 이런 말을 하는데 열린우리당 측은 오죽하겠느냐"고 설명했다.

이같은 지역 민심 변화에 대해 이영탁 후보 측도 일정부분 인정하는 분위기다.

유세때마다 가까이 오지도 못하게 하는 노인들이 많다는 게 이 후보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최근 독하게 마음먹고 정동영(鄭東泳) 의장을 정조준했다.

당내 파장을 일으키면서까지 정 의장의 발언을 강력 비난하는 한편 선대위원장 사퇴까지 촉구, '노풍 효과' 사전 차단에 나선 것이다.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본인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지만 결코 회피하거나 변명으로 일관하기 싫다"며 "정 의장은 발언은 대세의 흐름을 막으려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 강력히 항의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이 지지도 변화에 대한 양측 견해가 서로 다르지만 현재 판세는 열린우리당 이 후보의 우세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최근 한나라당을 탈당해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한 김진영 영주시장과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박시균 (朴是均)현역 의원 등 굵직한 인사들이 모두 이 후보를 지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장 후보 측은 이에 대해 "구태정치인들의 철새행보로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이들 외에도 전 시장 및 대학총장, 재단 이사장 등 수많은 인사들이 이미 이 후보 측을 측면 지원하고 있어 영향력이 적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선거운동 방식에 있어서도 장 후보 측이 수세에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장 후보는 이슈 파이팅면에서 이 후보에게 밀리는 것은 물론 자신의 역량보다는 '박풍' '노풍' '당풍' 등 이른바 바람 싸움에 의지하고 있어 후보자신에 대한 역량이 오히려 묻혀 버리는 분위기다.

장 후보 측은 "인물선거를 하려 해도 당대당 싸움으로 가지 않느냐"며 바람싸움이 오히려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후보에 대한 평가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양강구도 속에 3약을 이루고 있는 군소후보들의 움직임도 관심을 끌고 있다.

당락에는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지만 무소속으로 뛰고 있는 박성만(朴晟滿) 장수덕(張壽德) 후보의 저력이 이미 지역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장 후보는 지난 시장선거에 출마해서 차석을 차지한 바 있고 박 후보는 한나라당 공천 신청이 좌초되기는 했지만 인지도 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련의 김석동(金錫東) 후보는 현재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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