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참된 행복

지난해 아마 가장 유행했던 단어는 단연코 '로또(Lotto)'였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로또'! 사회가 어수선하고 불안정하면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겠다는 마음보다는 요행을 바라고 일확천금을 바라게 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국민은행이 과거 고액당첨자들을 분석해 본 결과, 당첨되기 이전보다 90%가 더 불행해졌다는 것이다.

많은 돈이 있으면 행복하리라는 기대와는 너무 정반대다.

어느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전국 남녀 회원을 대상으로 결혼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가 신문에 실린 것을 보았다.

특이한 것은 경제적인 능력만 뛰어난 사람이라면 어떤 악조건이라도 극복하고 결혼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라 경제가 어렵고 청년 실업률이 9%에 육박하고 있다지만 우리 젊은이들의 배우자에 대한 가치관이 너무 경제적 능력에만 치우치고 있지 않나 심히 염려스러웠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거의 두셋 부부당 한 꼴이라는 수치는 바로 이러한 사고방식으로 배우자를 선택하는데서도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결혼의 기준, 나아가서 행복의 기준은 결코 물질의 소유에 있지 않은 것이다.

소유만을 바라고 그것에 집착하게 되면 반드시 자기 스스로가 소유물이 되는 비극을 맛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프랑스의 실존주의자이자 철학자인 가브리엘 마르셀은 현대를 '부서지는 세계'라고 진단하고, 그 원인은 소유와 집착에 있다고 했다.

예수께서는 우리에게 그토록 갈망하는 인간의 행복에 대해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합니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란 그 사람이 무엇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는 소유물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대로 겸손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가 제 아무리 많은 돈과 훌륭한 재능과 육체적 건강을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그것이 나의 소유라고 고집하는 이상 그는 돈과 재능과 건강의 소유물로 전락하는 비극을 맛보게 될 것이다.

진정한 나눔과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섬김과 겸손의 자세로 살아갈 때, 우리는 참으로 가난한 자가 될 것이고 참다운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임종필(천주교 대구대교구 성소담당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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