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미있는 수학이야기-원주율

오래 전 미국의 'Mathematical Intelligencer'라는 잡지에서 "가장 멋진 수학의 정리는 어느 것인가?"라는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 조사에서 일등을 차지한 정리는 오일러의 공식으로 알려진 'eπ i+1=0'이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여기에 0, 1, 자연 로그의 밑 e, 원주율 π , 허수단위 i 등 수학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수가 모두 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들 수 중 초등학교 때부터 3.14라는 값으로 배우는 원주율 π 는 원의 지름에 대한 원주의 비로서 원의 크기에 관계없이 일정한 값이다.

원주율이 알려진 역사는 길다.

린트 파피루스에 적힌 원의 넓이에 관한 기록에 의하면 기원전 2천년경 이집트인들은 π 를 256/81=3.1605로 알았음을 알 수 있다.

구약성서 '역대기, 하, 제4장'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솔로몬이 또 놋으로 단을 만들었으니…, 또 바다를 부어 만들었으니 직경이 십 규빗이요 그 모양이 둥글며 그 고는 다섯 규빗이요 주위는 삼십 규빗 줄을 두를 만하며…". 이것은 기원전 950년경 솔로몬이 지은 궁을 설명하는 말의 일부로서 '열왕기, 상, 제7장'에도 나온다.

여기에는 지름이 10인 원의 둘레가 30이라 하였으니 원주율이 3이라는 것이다.

기원전 200여년 경 아르키메데스는 원에 내접하는 정다각형의 둘레의 길이를 계산하여 π 가 3과 3 사이에 있는 수라는 사실을 알았다.

150년 경 이미 톨레미는 π 의 근사값으로 실제 값에 상당히 가까운 3.1416이라는 값을 발견했다.

오랜 세월동안 수학자들은 π 의 보다 정확한 근사값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17세기 말에 소수점 71자리까지 구했다.

컴퓨터의 등장은 π 의 값의 소수점 이하 자리수가 놀랄 만치 늘어나게 했다.

2세기말에는 처드노프스키 형제 수학자는 소수점 20억자리까지 구해서 신문 지면을 장식했는데 이것은 그들이 얻은 결과가 다른 수학적 성과 보다 더 중요해서가 아니라 일반 대중이 이해할 수 있고 또 그리하여 이목을 끌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왜 수학자들은 이 계산에 관심을 가질까? 그것은 첫째, π 의 계산을 위한 새로운 알고리즘의 개발이 컴퓨터의 여러 가지 응용에 중요하기 때문이고, 둘째, 그러한 거대 계산이 컴퓨터 하드웨어의 스피드와 안정성을 검사하는데 최상의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셋째, 인간의 삶의 장면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이지만 기록 경쟁이다.

원주율의 계산에 관한 현재의 기록은 소수이하 수백억자리이다.

넷째, π 의 수 배열에 관한 여러 가지 수학적 미결문제에 대한 정보를 준다는 것이다.

원주율은 서양인들만 생각한 값일까? 그렇지 않다.

주역의 8괘의 형상과 그 상징적 의미를 해석한 문헌인 '설괘전'에는 "하늘을 셋으로 하고 땅을 둘로 하니 이것에 의하여 수가 성립되었다"라고 적고 있어, 수의 시원이 3과2라고 했다.

이른 바 천원지방설(天圓地方說)이라고 하여 양의 상징인 하늘은 둥글고 음의 상징인 땅은 네모졌다는 것이 고대 중국인들의 믿음이었다.

설괘전에 의하면 하늘의 수 단위는 1, 땅의 수 단위는 2라고 한다.

지름의 길이가 1인 원의 둘레의 길이는 3, 정사각형의 둘레의 길이는 4인데, (하늘의 수 단위)×(하늘의의 수)=3, (땅의 수 단위)×(땅의 수)=4, 즉 1×(하늘의의 수)=3, 2×(땅의 수)=4에서 3과 2는 각각 하늘의 수와 땅의 수라고 하였다.

이것이 이른 바 삼천양지설(參天兩地說)이다.

주역의 수리에서 흥미로운 것은 모든 수를 성립시키는 두 개의 수 중 하나인 3을 원주율에서 온 수로 잡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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