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국회의 대통령 탄핵 결정 이튿날부터 대규모 탄핵 반대 촛불 시위가 보름 동안 전국 곳곳에서 잇따랐다.
'의회 쿠데타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들어낸 평화의 축제'로 규정짓는 이들이 많았지만 현행법 위반, 배후조종 의혹, 총선에 미치는 영향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핵심 짚기
사회적 이슈 가운데 정치성이 강한 문제는 정당이나 정치 집단 간 이해관계에 의해 제기됐다가 이내 사라진다.
신문이나 방송, 인터넷 매체에 쏟아지는 정보를 접할 때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여기에 휩쓸리면 합리적이고 일관된 시각을 갖기 힘들다.
촛불 시위의 경우 정치적 논란을 제외한다면 크게 촛불 시위의 불법성과 의미로 논의를 모을 수 있다.
불법성이란 '해 진 뒤에는 옥외 집회를 금지한다'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을 어떤 시각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의미 측면에서는 참여 시민들의 자발성 여부, 국회의 결정에 반대하는 국민 저항권의 일종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 여부 등이 논의될 수 있다.
◇논의1
현행 집시법의 조항대로 본다면 야간 촛불 시위는 법을 위반한 것이다.
시위를 이끈 단체들은 집회 성격을 문화행사로 전환했다.
일부 정치적 발언이 문제되자 아예 자유발언을 없애고 문화공연만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오락가락했다.
허성관 행자부장관이 "야간에 문화행사 차원으로 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는 견해를 보였다.
경찰도 당초에는 "집회 자체가 평화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만 된다면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 협조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종래에는 시위를 주도한 시민단체 간부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야당과 보수단체들이 "정부가 불법 집회를 방조하고 있다"고 공격을 퍼부은 데 영향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집시법의 제정 취지가 '평화적인 방법을 통한 자유로운 의사표현 보장'에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문제 조항이다.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많은 법학자들도 이 같은 문제를 전부터 제기해왔다.
시위 참가자와 경찰 양쪽 모두 흥분하지 않고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인 촛불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표현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논의2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국민이 뽑은 국회가 탄핵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하게 됐을 때 촛불 시위처럼 국민적 반대는 정당한 것인가.
촛불 시위 참가자들은 헌법재판소나 국회보다 더 높은 곳에 국민이 있다고 주장한다.
대통령과 야당 가운데 누가 잘못했느냐의 최종 판단은 국민의 권한이라는 것.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2항을 제시한다.
아무리 국민이 뽑은 국회라 해도 국민의 뜻을 거스를 때는 국민이 일어설 수밖에 없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말한다.
집회는 정치에 직접 참여할 수 없는 국민이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필수적인 수단이므로 여기에 정치권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국민의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들이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결정한 일을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거리로 뛰쳐나오는 것은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적잖다.
절차적 정당성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특정 정당에 이익을 줄 수 있는 시위는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탄핵에 대한 판단이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에 맡겨져 있으므로 직접적인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 모으기
촛불 시위처럼 찬반 논란이 확연히 갈라질 때는 자신의 생각도 한 쪽으로 명확하게 해 두는 것이 좋다.
집시법의 야간 시위 금지 조항에 대해서도 분명히 정리해둬야 한다.
가령 불법 집회로 판단했다면 정부가 원천 봉쇄하거나 해산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불법이지만 평화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은 올바른 법적용이 아니라는 비판도 가능하다.
반대로 집시법이 오히려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면 개정을 통해 조속히 바꿔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두 주장은 촛불 시위의 의미에 대한 찬반 양론과 맞물릴 때 일관성을 가질 수 있다.
국민의 권리에 초점을 두느냐 적법 절차에 초점을 두느냐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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