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펜션

펜션은 프랑스어 '팡시옹(Pension)'에서 유래한 말로 원래 연금(年金).은급(恩給)의 뜻을 갖고 있다. 유럽의 노인들이 민박 영업을 하며 노년을 보내는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현업을 은퇴하고 연금만으로 자족하며 살기엔 뭔가 부족하고 심심해서 소일과 부업거리로 시작한 것이다. 그런 펜션이 작은 호텔 형태로 발전하는 등 세월 따라 운영과 규모, 성격이 다소의 변천을 했다.

▲시설도 좋아졌고 관광 휴양지.농어촌 뿐 아니라 도시에도 많이 생겨나 독일.프랑스에서는 전체 숙박 시설의 35%를 넘는다고 한다. 요금이 싸고 가족 운영-가족 서비스라는 소박함 때문에 가족단위 여행자들이 주말 휴식과 장기 체류에 즐겨 이용하고 있다.

일본에도 호텔과 여관 틈새에 서양풍의 펜션이 있는데, 부부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가정적인 분위기로 특유의 편안함을 자랑한다.

▲이같은 펜션이 한국에 상륙해서 부동산 치부의 한 수단이 됐다. 지난 1999년 농어민 부업으로 지정 운영되던 농어촌 민박을 규제철폐차원에서 자율화하면서부터 펜션이라는 이름의 숙박시설이 급증한 것이다.

처음엔 농어가와 경합하는 일반인들의 민박사업 형태로 시작되더니 급기야 부동산 투자 또는 투기의 장으로 변해갔다. 개벌형태에서 단지형 펜션이 새롭게 붐을 이루면서 업체가 투자자들을 모집해 동,실 단위로 분양하는 투자 상품화 한 것이다.

▲대체로 1개 동에 4개 객실을 넣어 동당 최소 4명의 투자자를 유치한다. 분양받은 투자자는 일년에 한달 가량 본인이 사용하고 나머지는 분양업체가 관리를 해서 연간 임대수익을 배당 받는다.

객실 가동률이 절반정도는 돼야 10%대의 투자수입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공급과잉에 따른 공실률의 급증으로 수익은 커녕 손해를 보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국적으로 펜션은 1천500여동, 객실 수는 2만실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개동 이상 단지형 펜션만도 전국에 65개 정도 되고 전국에 산재한 소규모 펜션까지 합치면 자연 훼손과 환경 오염 등 문제점이 하나 둘이 아니다. 제대로 통계도 잡히지 않을 만큼 펜션과 관련한 법과 제도가 미비된 상태에서 빚어진 일이다.

뒤늦게 정부가 농어촌지역 펜션에 대한 본격적인 규제책을 발표해 펜션업계가 경악하고 있다. 7월부터 불법 펜션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설 경우 현재 운영중인 대부분의 단지형 펜션들은 폐쇄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수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선의의 투자자들, 특히 유럽의 은퇴한 노인들처럼 노후생계수단으로 투자한 사람들이 걱정이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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