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각.언어장애인 복지관 직업센터

'홀로 서기를 꿈꾸는 청각.언어장애인'. 9일 오후3시 달서구 용산동 대구청각.언어장애인 복지관 2층 직업센터. 10여평 남짓한 이곳엔 청각.언어장애를 가진 수강생들이 컴퓨터 기술 등을 배우며 세상속으로 나갈 훈련을 받고 있었다.

무성영화처럼 소리없는 수업이 이어지고 간간이 자판소리만 정적을 깨뜨릴 뿐이지만 '백수탈출'을 위한 장애인들의 치열함과 진지함으로 교실이 후끈 달아올랐다.<

이들은 대구청각.언어장애인 복지관이 지난 7일부터 청각.언어장애인을 대상으로 실시중인 컴퓨터.IT관련 직업교육을 수강하고 있는 것. 강의를 맡은 최영진(26.여)씨는 "처음엔 배우는데 시간이 걸리고 능률이 떨어지지만 일반인보다 집중력이 뛰어나고 시각분야가 발달해 그래픽 등 IT 분야에서는 일반인을 훨씬 능가한다"며 "이들이 자신의 소질을 개발, 사회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훌륭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이곳에서는 기술만 가르쳐 주는 것은 아니다. 사회생활에 문제가 없도록 사회적응 훈련도 함께 실시한다. 다니던 전자부품 공장을 그만두고 직업훈련에 참가한 김수희(27.여)씨는 "열심히 공부해 꼭 컴퓨터 디자이너가 되겠다"며 "처지가 비슷한 장애인들이 함께 모여 공부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좋아했다.

주로 20대로 구성된 이들 수강생들은 공무원.컴퓨터 전문가.영화인 등 다양한 꿈을 가졌지만 이들에겐 같은 목표가 있다.

'편견이라는 장벽을 넘어 홀로 서겠다'는 꿈. 이에 센터측도 장애인 단체는 물론 구청이나 이웃 주민들과 손잡고 더 많은 장애인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만들 작정이다.

신승봉(31) 취업알선 담당은 "대구에만 시각.청각 장애인이 6천명에 육박하지만 대부분 실직상태"라며 "이들을 교육하는 기관에서조차 목공.도자기.양재.자수 등 단순노동이나 사양직종 과목을 가르쳐 장애인 실직을 더욱 부채질한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또 체계적이고 전문적 장애인 직업교육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홀로서기를 꿈꾸는 청각.언어 장애인들은 오늘도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며 묵묵히 자신의 꿈에 도전하고 있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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