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패러디의 전성시대다.
인터넷이 일상화된 이후로 패러디는 너무나도 친숙한 문화적 코드가 됐다.
특히 탄핵정국에 총선까지 정치적 이슈가 맞물리면서 정치 풍자 패러디가 폭풍처럼 온라인을 휩쓸고 있다.
네티즌은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통해 정치에 대한 새로운 참여 방식을 찾아낸 것이다.
그 대표적인 형태가 각종 패러디물들이다.
패러디는 교묘한 비틀기와 뒤집기로 우리 사회의 엄숙주의를 깨고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젊은층에게 새로운 문화코드로 자리 잡고 있다.
◇전국을 휩쓰는 패러디 열풍
패러디 열풍의 한 가운데에는 디지털카메라 사이트인 디씨인사이드(www.dcinside.com)가 있다.
합성사진 갤러리로 유명한 이 사이트는 탄핵 사태 이후 하루에 200여건의 패러디가 올라온다.
이전에는 각종 포스터에 문희준, 신구, 최민식 등 연예인들을 합성한 패러디 사진이 주를 이뤘으나 지난 3월부터는 민주당 조순형대표, 추미애 의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등 정치인들이 패러디의 소재로 대거 등장하고 있다.
이 외에도 시사 패러디 사이트 미디어몹(www.mediamob.co.kr), 라이브이즈닷컴(www.lives.com), 웃긴 대학(www.humorunvi.com) 짱노닷컴(www.zzangno.com), 조은나라닷컴(www.okjoa.com) 등이 '패러디 공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패러디 열풍이 거세지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홍보용 패러디 모집에 나서기도 했다.
선관위가 지난 10일까지 실시한 '패러디 포스터 공모전'에는 1천여건이 넘는 패러디 포스터가 응모했다.
공모작들은 대부분 영화 포스터나 CF, 드라마 등을 패러디한 것으로 '투표용지 휘날리며', '투표하고 쉬리' 등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
패러디는 합성 사진뿐만 아니라 플래시 애니메이션, 정치풍자 만화와 노래, 보이스모바일, 벨소리다운로드, 게임마당, e카드 등 갖가지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민중가요 작곡가 출신의 윤민석씨가 제작한 '투표노래가'나 라이브이즈의 '정치본색' 시리즈가 대표적. '엽기송'을 패러디한 '찍어송'과 '투표송', '4.15송' 등 노래도 나왔다.
패러디물은 온라인의 인기를 등에 업고 오프라인으로 진출하기도 한다.
정치 블로그 사이트 미디어몹이 공중파방송의 9시뉴스를 패러디한 '헤딩라인'뉴스는 KBS 2TV '시사 투나잇'에서 방송될 정도로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계도 총선을 이용한 홍보 전략으로 선거 전단을 흉내 낸 티저 포스터와 투표 참여를 권하는 영화 포스터를 내놓기도 했다.
◇패러디,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최근 패러디와 관련된 몇 편의 광고가 눈길을 끌었다.
클럽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돌아다니던 한 남자가 혼자 있던 여자에게 다가가 이어폰을 건네며 '같이 들을래?'라고 말하는 휴대전화 광고를 동일한 설정과 분위기에 품목만 컵라면으로 바꾼 패러디 광고가 등장해 웃음을 주었다.
모 제과에서 나온 고구마 아이스크림도 유사한 경우. 과거 '따봉'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던 오렌지 주스 광고를 그대로 패러디했다.
인터넷에서는 배우 전지현이 등장하는 디지털 카메라 선전을 패러디한 광고가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패러디는 우리의 문화적 일상을 대변하는 일상적인 기법이며 대중문화와 고급문화를 가리지 않고 폭넓게 활용된다.
특히 현대 미술에서 패러디는 전혀 생소한 것이 아니다.
지난 7일까지 서울 사비나 미술관에서 열렸던 권여현의 '동서고금을 가로지르다' 회화전은 김홍도의 '미인도',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등 동서고금의 고전에 권여현 교수와 학생들의 얼굴을 그려 넣어 주목 받았다.
또 서울시립미술관의 'SeMa 2004-여섯 개의 이야기'(5월9일까지) 가운데 하나인 'Replay-이식'은 과거의 전통적인 소재들이 현대미술 속에서 변환 혹은 차용된 표현들을 보여준다.
서은애의 '생활십일면천수관음도'는 자신의 웃는 얼굴을 천수보살의 얼굴에 대입시키고 보살의 손에 일상생활의 용품들을 들려 현대인이 바라는 사소한 욕망이 무엇인가를 나타냈다.
이같이 패러디는 우리의 문화적 일상을 대변하는 가장 일상적인 기법으로 자리잡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의 배경으로 어려서부터 컴퓨터 관련 기기들과 함께 성장해왔고 사진 합성이나 이미지 변형을 통해서 자신을 표현해 온 젊은 세대의 문화적 감수성이 가로 놓여 있다고 설명한다.
문화평론가 김동식씨는 "패러디에는 상투적이고 소모적인 측면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최근의 패러디 문화를 저급한 문화라는 관점에서만 볼 수는 없다"며 "패러디는 일반 대중이 드라마나 영화 또는 정치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표현하는 방법이며, 그 표현을 서로 공유한다는 문화적 표지"라고 전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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